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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내가 몰랐다 - 나를 이해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정수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헤맬 때가 많다.
화가 났는데 왜 화가 났는지 모르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너지고,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오래 서운해한다.
나 역시 그런 순간마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건 지금 느끼는 감정이 꼭 지금 일어난 일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재의 작은 사건이 과거의 감정을 건드리면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일 아닌 일인데 나에게만 유난히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나는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를 먼저 판단했다.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일에 속상한지, 왜 아직도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는지, 왜 다른 사람처럼 쉽게 넘기지 못하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필요한 것은 판단보다 이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외로웠던 건지, 무시당했다고 느낀 건지, 인정받고 싶었던 건지 마음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순간 감정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막연하게 힘들다고 생각할 때보다 내가 왜 힘든지 알게 됐을 때 비로소 마음을 돌볼 방법도 생긴다.
특히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우리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 참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배워온 것 같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말을 삼키고, 상대가 서운할까 봐 내 마음을 뒤로 미룬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그렇게 한두 번 양보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 안에서 정작 나는 사라져 있다.
나 역시 눈치를 보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상대를 살피면서도 자기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내는 것과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다르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서운한 것은 서운했다고 말하는 것이 관계를 깨뜨리는 행동만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참다가 마음이 닫혀버리는 것보다 작은 진심을 제때 말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일 수도 있다.
책 곳곳에 나오는 질문들도 좋았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 앞에서 내 욕구를 가장 많이 감추는지,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기대는지 혼자 해결하려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한다. 그래서 단순히 심리 지식을 읽고 지나가는 책이라기보다 잠시 멈춰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에 가까웠다.
상처에 대한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상처의 원인을 알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상처를 이해했다고 해서 기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아무렇지 않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때의 나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때 나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서운했을 수도 있고, 강해 보였지만 사실은 외로웠을 수도 있다.
괜찮은 척했지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현재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사람의 생각은 가만히 두면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러 간다.
나도 지나간 대화를 떠올리며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후회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좋은 날에는 좋은 마음 그대로, 불안한 날에는 불안한 마음 그대로 지금의 순간을 지나가 보라고 한다.
감정을 빨리 없애려고 하지 않고 잠시 함께 있어보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태도가 삶을 조금 더 깊게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읽고 나니 제목이 처음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가장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도 나이고 앞으로도 가장 오래 함께 살아갈 사람 역시 나인데 나는 생각보다 내 마음을 모르고 살았다.
상대가 왜 그랬는지를 알아내느라 애쓰기 전에 나는 왜 아팠는지 물어보는 것.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길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내 감정을 알아주는 것.
결국 자기이해란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질문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감정에 자주 흔들리면서도 이유를 모르겠는 사람, 관계를 지키느라 늘 자기 마음을 뒤로 미루는 사람,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면서 혼자 오래 아파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나를 바꾸라고 다그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누군가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먼저 한 번 물어보게 된다.
오늘 나는 정말 괜찮은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그 질문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