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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우리
진성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은 늘 예쁘게만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분명 설렘이었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두려움도 생기고, 오해도 생기고, 말하지 못한 진심도 쌓인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의 뒷모습을
조용히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표지부터 강렬했다.
비에 젖은 듯한 분위기와 세 사람의 엇갈린 시선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랑, 이별, 미련, 상처, 다시 마주하는 마음까지 한 번에 담긴 느낌이었다.
그래서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이 이야기가 달콤하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건,
이 책이 사랑을 소유로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붙잡고 싶고, 내 곁에 두고 싶고,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런 마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를 원하면서도 상대가 덜 아프기를 바라고, 자기 마음보다 상대의 상처를 먼저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다.
그게 오히려 더 아프고, 더 깊게 느껴졌다.
성림과 정원, 슬기의 관계는 쉽게 한쪽 편을 들 수 없었다.
누군가가 완전히 나쁘고, 누군가가 완전히 착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랑이 어긋날 때 꼭 악인이 있어서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좋은 사람이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사랑했어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할 수 있고, 마음이 남아 있어도 물러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감정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고 천천히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살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관계들이 있다. 좋아하지만 힘든 관계,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함께하기 어려운 관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는 관계.
그런 감정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용히 흔들릴 것 같다.
특히 “누군가는 당신의 고통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본다”는 결의 문장이 오래 남았다.
사람은 자기 상처를 다 말하고 살 수 없다. 괜찮은 척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지만 마음속에는 혼자 감당하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고통을 알아봐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숨 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주는 위로는 바로 그런 쪽에 가까웠다. 크게 다독이는 위로가 아니라,
조용히 옆에 앉아 있어 주는 위로였다.
진성림 작가가 호흡기내과 전문의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숨을 지키는 일을 해온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들여다본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의학이 몸을 살피는 일이라면, 문학은 마음을 살피는 일 같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감정을 과하게 몰아붙이기보다, 아픈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지나온 관계들을 떠올렸다.
마음을 다 줬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간,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감당하지 못해 멀어진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남아 있던 말들까지 생각났다.
사랑은 끝날 수 있지만, 그 사랑이 나를 지나간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위로를 바라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격정적인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어도 좋지만, 나는 그보다 사랑이 끝난 뒤 남는 사람의 마음에 더 집중하며 읽었다.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이 결국 나를 무너뜨리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때로는 그 상처를 지나며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사랑 때문에 흔들려 본 사람,
끝난 관계 뒤에 오래 남은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
아픈 로맨스 안에서 성장과 위로를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보다 끝난 뒤의 마음을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