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엄마가 떠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책은 시간을 다시 그날로 데려다 놓는다.이 책이 그랬다.읽는 내내 단숨에 넘기지 못했고 자주 멈췄다.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아직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낸 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다.엄마라는 존재를 오래 사랑했지만 끝내 다 알지 못했고 떠난 뒤에야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였고 자기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가는 기록이다.그래서 단순히 슬픈 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슬픔도 있지만 그 안에는 이해가 있고 후회가 있고 뒤늦은 사랑이 있고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다.나는 이 책을 읽으며 3년 전 엄마가 돌아가신 순간부터 지금의 내 모습까지 자꾸 되돌아보게 되었다.엄마가 떠난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다.갑자기 세상 한쪽이 사라진 것처럼 멍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남아 있었다.작가가 엄마를 떠올리는 문장마다 내 기억도 같이 열렸다.엄마의 얼굴 엄마의 말투 엄마가 살아 있던 날들의 공기까지 한꺼번에 밀려와 몇 번이나 쉬어가며 읽었다.특히 삼 남매의 장녀라는 점이 나와 같아서 더 마음이 갔다.장녀라는 이름은 가끔 애쓰지 않아도 많은 것을 먼저 짊어지게 한다.엄마 앞에서는 딸이고 동생들 앞에서는 언니,누나이고 내 아이들 앞에서는 엄마인 사람.그 사이에서 나의 슬픔은 자주 뒤로 밀린다.나도 엄마를 잃었는데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순간들이 있었다.그래서 이 책 속 마음들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엄마를 잃은 사람은 안다.밥을 먹다가도 오고 아이를 보다가도 오고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틈에서 갑자기 찾아온다.엄마가 해주던 말 하나 엄마가 걱정하던 표정 하나가 어느 날 문득 살아나서 마음을 흔든다.이 책은 아프면 아픈 대로 바라보고 미안하면 미안한 대로 꺼내 놓는다.그래서 읽는 사람도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는다.엄마가 된 뒤에야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마음도 크게 남았다.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가 왜 그랬는지 늦게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그때는 몰랐던 엄마의 걱정과 외로움과 참고 넘긴 날들이 내 삶 안에서 다시 보인다.나 역시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자리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하지만 안다고 해서 덜 아픈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더 미안하고 더 보고 싶어졌다.이 책이 좋았던 건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작가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엄마에게 받은 삶을 엄마의 방식이 아닌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마음.그 마음이 이 책의 가장 깊은 메시지처럼 느껴졌다.엄마를 사랑한다는 건 엄마를 붙잡고 멈춰 있는 일이 아니라 엄마가 건네준 삶을 내 자리에서 계속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읽는 동안 자꾸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엄마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엄마도 자기편이 필요했던 날이 있었는지.엄마도 엄마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이제는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이라 더 아팠다.하지만 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마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낸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또 엄마와의 관계가 마음 한쪽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읽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이 많지만 이상하게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숨이 트인다.내 슬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는 것.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결국 그 사랑을 품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나는 여전히 엄마가 보고 싶다.시간이 지나도 이 마음이 완전히 괜찮아질 것 같지는 않다.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안에 남은 그리움이 조금 덜 외롭게 느껴졌다.엄마를 잃은 딸이자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조용한 위로였고 오래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의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