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딸이 아닌 엄마 - 엄마에게 받은 삶을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기까지
김현경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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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엄마가 떠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책은 시간을 다시 그날로 데려다 놓는다.
이 책이 그랬다.
읽는 내내 단숨에 넘기지 못했고 자주 멈췄다.
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아직 괜찮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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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낸 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다.
엄마라는 존재를 오래 사랑했지만 끝내 다 알지 못했고 떠난 뒤에야 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였고 자기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가는 기록이다.
그래서 단순히 슬픈 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슬픔도 있지만 그 안에는 이해가 있고 후회가 있고 뒤늦은 사랑이 있고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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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며 3년 전 엄마가 돌아가신 순간부터 지금의 내 모습까지 자꾸 되돌아보게 되었다.
엄마가 떠난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득하다.
갑자기 세상 한쪽이 사라진 것처럼 멍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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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엄마를 떠올리는 문장마다 내 기억도 같이 열렸다.
엄마의 얼굴 엄마의 말투 엄마가 살아 있던 날들의 공기까지 한꺼번에 밀려와 몇 번이나 쉬어가며 읽었다.
특히 삼 남매의 장녀라는 점이 나와 같아서 더 마음이 갔다.
장녀라는 이름은 가끔 애쓰지 않아도 많은 것을 먼저 짊어지게 한다.
엄마 앞에서는 딸이고 동생들 앞에서는 언니,누나이고 내 아이들 앞에서는 엄마인 사람.
그 사이에서 나의 슬픔은 자주 뒤로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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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를 잃었는데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 속 마음들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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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사람은 안다.
밥을 먹다가도 오고 아이를 보다가도 오고 아무렇지 않은 하루의 틈에서 갑자기 찾아온다.
엄마가 해주던 말 하나 엄마가 걱정하던 표정 하나가 어느 날 문득 살아나서 마음을 흔든다.
이 책은 아프면 아픈 대로 바라보고 미안하면 미안한 대로 꺼내 놓는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자기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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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뒤에야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마음도 크게 남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가 왜 그랬는지 늦게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는 몰랐던 엄마의 걱정과 외로움과 참고 넘긴 날들이 내 삶 안에서 다시 보인다.
나 역시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자리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덜 아픈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미안하고 더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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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았던 건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결국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
엄마에게 받은 삶을 엄마의 방식이 아닌 나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책의 가장 깊은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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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사랑한다는 건 엄마를 붙잡고 멈춰 있는 일이 아니라 엄마가 건네준 삶을 내 자리에서 계속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읽는 동안 자꾸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엄마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엄마도 자기편이 필요했던 날이 있었는지.
엄마도 엄마가 아닌 자기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질문들이라 더 아팠다.
하지만 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마를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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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낸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또 엄마와의 관계가 마음 한쪽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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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이 많지만 이상하게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숨이 트인다.
내 슬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사랑의 한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남겨진 사람은 결국 그 사랑을 품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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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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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이 마음이 완전히 괜찮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안에 남은 그리움이 조금 덜 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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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딸이자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조용한 위로였고 오래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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