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마림 지음 / 볕뉘서재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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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비 오는 날마다 이 책을 펼쳤다.
맑은 날보다 비가 오는 날 더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창밖에 빗소리가 들리고, 공기가 조금 축축해지고, 마음이 조용해질 때 읽으면 문장들이 더 천천히 스며들었다.
제목에는 비가 들어가 있지만, 읽는 내내 나는 파랑을 더 많이 떠올렸다.
표지의 깊은 파랑 때문이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흐르는 감정이 유난히 푸르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득 제목이 찬란한 파랑이어도 참 잘 어울렸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남아 있는 마음을 더 오래 바라보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때로 이유보다 먼저 온다.
왜 좋은지 설명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가버리고,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의 말투와 표정과 날씨까지 기억하게 된다. 주인공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사람, 오래 마음에 남은 사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사람.
읽으면서 좋았던 건 사랑을 너무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때로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때로는 놓친 뒤에야 더 선명해진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사랑 앞에서 완벽하지 않다. 서툴고, 흔들리고, 때로는 늦게 깨닫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좋아하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붙잡고 싶지만 결국 놓아버리는 마음.
그런 감정들이 비처럼 조용히 내려앉았다.
특히 비라는 장치가 좋았다.
이 소설에서 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비가 오면 잊었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떠오르고, 괜찮아졌다고 믿었던 마음이 다시 젖는다. 사람은 어떤 날씨에 너무 쉽게 과거로 돌아간다.
특정한 냄새, 특정한 음악, 특정한 빗소리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순식간에 예전의 어느 장면 앞에 선다.
이 책은 그런 감각을 잘 건드린다.
문장들도 감성적이었다.
직접적으로 울리기보다 천천히 마음을 적시는 쪽에 가까웠다.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는 문장들, 나를 마주하려는 문장들, 끝난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장면들이 오래 남았다.
사랑이 끝나면 상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하던 시절의 나도 함께 멀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보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몇몇 문장은 영화에서 들었던 대사를 떠올리게 했다.
놓친 것이 아니라 내가 놓은 것이라는 흐름, 누군가가 우산이 되어주었다는 표현은 이미 알고 있던 장면과 겹쳐 보여서 순간적으로 소설의 감정에서 살짝 빠져나오게 됐다.
물론 사랑과 후회를 다루는 이야기 안에서 비슷한 표현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워낙 인상적인 대사들이라 내게는 그 장면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분위기는 분명했다.
비 오는 날의 공기, 지나간 사랑의 여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미련이 한데 섞여 있었다.
아주 큰 사건으로 몰아가는 소설은 아니지만, 감정을 따라 읽는 힘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장면마다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고, 파란색 나무처럼 오래 서 있는 기억 하나가 생긴 느낌이었다.
사랑은 끝났다고 해서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랑은 하루처럼 짧게 지나가도,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어떤 사람은 내 곁에 없어도 특정한 날씨가 되면 다시 찾아온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자꾸 떠오르는 사람,
다시 말해보고 싶은 진심,
놓았지만 완전히 잊지는 못한 감정들.
읽고 나니 마음 한쪽이 파랗게 젖어 있었다. 슬프기만 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간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며, 사랑했던 나를 인정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시간은 사라져도 그 마음이 나를 지나간 흔적은 남는다.
이 책은 그 흔적을 비와 파랑으로 조용히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비 오는 날 읽으면 더 깊게 스며드는 책이었다. 사랑의 설렘보다 사랑 이후의 여운을 좋아하는 독자, 지나간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천천히 젖어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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