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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밤에 쓴 가장 환한 일기 - 나를 살린 일기와 무지개 식탁의 위로
홍서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어둠과 빛이 함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단순히 힘든 시간을 예쁘게 포장한 글이 아니라, 정말 어두운 밤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오늘을 붙잡기 위해 남긴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살 딸아이의 엄마인 작가가 폐암 4기라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작부터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나도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는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내 몸이 아픈 것도 두렵지만, 아이를 두고 아파야 하는 마음은 감히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냥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순간들을 조용히 마주하게 했다.
작가는 아픈 시간을 가만히 견디기만 하지 않았다.
새벽 러닝을 하고, 식단을 챙기고, 하루를 기록하며 자기 삶을 붙잡았다.
병이라는 큰 두려움 앞에서도 무너지는 마음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거창한 희망을 말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괜찮다고 억지로 웃는 글이 아니라, 무섭고 슬프고 막막한 마음을 안고도 오늘을 살아내는 글이라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특히 아흔을 바라보는 친정아버지에게 자신의 병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너무 먹먹했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딸의 마음, 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의 딸이라는 사실이 겹쳐져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되고 나면 내 아픔보다 아이 걱정이 먼저이고, 자식이면서도 부모 앞에서는 또 괜찮은 척을 하게 된다.
작가의 그 마음이 너무 현실적이라 쉽게 넘길 수 없었다.
딸에게 자신의 병을 차분히 설명하는 장면도 오래 남았다.
엄마는 무너지고 싶어도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다정하고 단단한 얼굴을 하려고 한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더 슬펐다.
아이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래도 언젠가는 알려야 하는 현실, 그 사이에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밤을 보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이 책에서 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하루를 예쁘게 정리하는 습관도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붙잡은 작은 손잡이 같았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증거가 된다.
오늘의 나를 적는다는 건, 오늘의 나를 버리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했다.
아침에 눈뜨는 일,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 일, 가족과 밥을 먹는 일,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일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지나쳤던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붙잡고 싶은 삶의 이유였다는 것을 작가의 기록을 통해 다시 느꼈다.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책은 마냥 슬프기만 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살아야 할 이유를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삶이 언제나 밝을 수는 없지만, 어두운 밤에도 작은 빛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빛은 거창한 성공이나 완벽한 회복이 아니라, 오늘도 눈을 뜨고, 걷고, 먹고, 쓰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일 안에 있었다.
이 책은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의 아픔을 곁에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더 다정하게 마음을 건네는 법을 알려준다.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 무너진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책 앞에서 오래 멈추게 될 것 같다.
나는 책을 덮고 나서 오늘을 조금 더 소중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괜찮지 않은 날에도 나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가장 어두운 밤에 쓰인 일기가 누군가에게 가장 환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조용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