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
이경진 지음 / 북플레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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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표지의 따뜻한 분위기에 마음이 먼저 갔다.
숲속에 서 있는 빨간 이층 버스와 햇살, 단풍잎이 주는 느낌은 동화처럼 포근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그 버스는 단순히 예쁜 풍경 속에 있는 낭만적인 장치가 아니었다. 무너진 마음을 태우고 과거로 향하는, 간절한 후회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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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캐나다 리치먼드힐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엄마 민정, 아빠 철수, 아들 타미.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게 이어지던 날들 속에서 민정은 늦은 등교 시간에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학교로 향한다.
그런데 그 평범한 아침이 트럭과의 교통사고로 완전히 무너진다.
민정은 눈을 뜨지만 타미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순간부터 가족의 시간은 사고 전과 사고 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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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마음 아팠던 건 큰 비극을 자극적으로 몰아가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아주 잔잔하게,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죄책감과 미련을 천천히 보여준다.
민정은 계속 생각했을 것이다.
조금만 일찍 나섰다면, 그 길로 가지 않았다면, 운전을 조금 다르게 했다면, 아이가 지금처럼 누워 있지는 않았을까.
부모가 아이 앞에서 느끼는 죄책감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민정의 슬픔은 조용했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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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역시 다르지 않다.
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진 뒤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얼마나 무력했을까.
가족을 지키고 싶었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 앞에서 부모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
이 소설은 그 무력함을 크게 울부짖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이 사라진 자리, 병실의 시간, 서로에게 차마 다 말하지 못하는 미련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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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특별한 성공이나 남다른 삶보다, 그저 사소하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
평범하게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웃고, 자라는 것.
그런데 사고 이후 그 평범함은 가장 멀고 어려운 일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당연하게 넘기는 등교길, 아침 인사, 가족의 대화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가장 간절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게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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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버스는 그런 민정 앞에 나타나는 기적 같은 존재다.
단풍잎이 흔날리는 순간 나타난 빨간 버스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만약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민정은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타미가 아직 곁에 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질문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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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시간을 되돌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결국 현재를 견디기 힘든 사람의 절박함에서 나온다. 민정에게 이층 버스는 타미를 살릴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죄책감과 마주하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정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은 결국 같은 사랑과 같은 두려움 속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그런 생각이 계속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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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이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용히 건드린다고 느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자신을 먼저 탓한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고, 내가 지켰어야 했다고, 내가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누구의 의지로 일어난 일이 아니어도, 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민정의 슬픔이 계속 잔잔하게 흐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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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슬픔은 거칠게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스며든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계속 가라앉았다. 표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데, 이야기 안에는 무너진 일상과 부모의 후회가 오래 남아 있다. 이 대비가 오히려 더 강하게 느껴졌다.
예쁜 버스가 등장할수록 민정의 마음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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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 평범한 행복을 다시 꿈꾸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날 그 길로 가지 않았다면,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하고 되묻게 되는 순간들.
이 소설은 그런 마음을 빨간 이층 버스에 태워 조용히 과거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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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제목이 오래 남았다.
리치먼드힐의 이층 버스는 단순한 버스가 아니라, 후회하는 사람에게 다시 한번 삶을 바라보게 하는 장치였다.
무너진 줄 알았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다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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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히는 힐링소설이라기보다, 가족을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먹먹해질 소설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민정과 철수의 마음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다.
잔잔한 슬픔이 오래 남지만, 그 안에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간절함도 함께 있다.
절망의 끝에서 과거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한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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