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책 표지부터 마음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가득했고 제목에는 엄마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바다와 엄마라는 두 단어만으로도 이 책을 펼쳐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나트랑 한 달 살기라는 여행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엄마라는 이름 안에서 잠시 미뤄두었던 나를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나는 워킹맘이라는 말에 오래 머물렀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병원 책임자로 일했고 많은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살았다. 그때는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도 마음이 쉬지 못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도 퇴근 후 책 한 장 읽을 힘조차 없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있었고 나를 돌볼 여유는 늘 뒤로 밀렸다.지금은 남편과 함께 정비소 일을 하고 있다. 덥고 추운 공간에서 일하는 날도 많고 몸은 분명히 고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때보다 훨씬 가볍다. 잠깐 짬이 나면 책을 펼치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는다. 책을 읽는 시간이 내 안에 다시 생겼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예전보다 몸은 힘든데 마음은 조금 더 나다운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마흔이 넘어서야 나를 찾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젊은 날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일했던 시간들이 있었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되돌릴 수 없는 장면들이 남았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아이들은 이미 많이 커버렸고 친구들이 더 좋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서운한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대신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더 생각하고 나를 다시 찾아가고 싶어졌다.작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깊게 와닿았다. 엄마이지만 로망을 품고 엄마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반가웠다. 나트랑 한 달 살기는 나에게도 꿈같은 이야기였다. 현실에서는 쉽게 떠날 수 없는 일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작가와 함께 설레고 함께 행복했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바다를 보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트랑의 풍경과 생활 팁 사진들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고 중간중간 시가 더해져 감성이 살아났다. 여행 정보와 에세이의 마음이 함께 들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작은 길잡이가 되고 엄마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되어줄 책이었다.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책 속에서 아이가 손목 골절로 깁스를 한 채 여행하는 장면은 몹시 안타까웠다. 여행지에서 아이가 다치면 엄마 마음은 얼마나 무너질까 싶었다.즐거움 속에서도 걱정이 따라오고 설렘 속에서도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엄마의 로망은 혼자만의 자유가 아니라 아이와 가족과 현실을 모두 안고 가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읽는 내내 작가의 글 하나하나에 같이 설레고 같이 행복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너무 자주 나를 뒤로 미룬다. 가족을 먼저 챙기고 아이의 시간을 먼저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미룬다. 하지만 나중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을 나에게 허락하는 삶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나는 이 책을 읽고 여행이란 꼭 멀리 떠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잊고 살던 자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것. 엄마라는 역할만 남은 줄 알았던 삶에서 다시 내 이름을 불러보는 것.그것도 충분히 여행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나트랑 한 달 살기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여행이었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었다.엄마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더 깊게 읽게 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놓쳐버린 시간들 때문에 서운했던 사람. 일과 가정 사이에서 나를 잃어버린 적 있는 사람. 이제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허락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따뜻한 용기를 건넨다.나에게 이 책은 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이미 아이들은 자랐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를 채워가면 된다. 엄마지만 로망을 가져도 되고 엄마지만 떠나는 꿈을 꾸어도 된다. 이 책은 그 당연한 말을 바다처럼 시원하게 건네주는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