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시집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읽는 순간보다 덮고 난 뒤 더 오래 남습니다. 이 시집이 제게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한 표지와 짧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아 마음 한쪽이 천천히 젖어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표현이나 어렵고 복잡한 문장이 아니라 아주 담백한 말들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더 천천히 읽게 되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속에 오래 묵혀두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이 시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진 거리와 마음을 아주 조용하게 바라봅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시간, 다 하지 못했던 말, 지나가버린 관계, 남겨진 감정들을 억지 감성 없이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자신의 기억 하나쯤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읽는 내내 지나가버린 시간들과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자꾸 생각났습니다.특히 짧은 문장들이 주는 힘이 컸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감정이 선명하게 전해졌습니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 어딘가에 머문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사람의 감정도 결국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모습으로 마음속에 남겨두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감정을 이 시집은 아주 조용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읽다 보면 마치 혼자 바다 앞에 앉아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시집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가 고요하고 잔잔해서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었습니다. 큰 위로를 건네기보다 그저 옆에 가만히 앉아주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따뜻했습니다. 억지로 힘내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 읽으면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줄 것 같은 시집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어렵지 않은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시집이라고 하면 어렵고 멀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이 적었습니다. 평소 시를 잘 읽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대신 읽고 지나가는 책이 아니라 문장 하나를 오래 붙잡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짧은 글인데도 마음에 남는 울림은 길었습니다.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끝난 관계를 떠올리고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합니다. 이 시집은 그런 감정들을 너무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바라봐줍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빈자리와 고요를 이해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읽는 동안 위로받는다는 생각보다 제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이 시집은 화려한 위로나 큰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평소 지나치고 살았던 감정들을 아주 조용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 감정을 조용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 오래 남는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시집입니다.읽고 난 뒤에도 문장들이 쉽게 떠나지 않았습니다. 책을 덮었는데도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시집은 결국 오래 남는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