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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아.... 먼저 이 책. 정말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 말입니다. 재미있다고 할 때는 두 가지 이유 중에 하나겠지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쭉쭉 진도가 나가거나 혹은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나 스스로가 설득당하거나.... 이 책....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저를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이 WMINO가....
"으흠.... 저렇게 사는 거 뭐.... 그럴만한데??"
라고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두둥....-_-b 이 쯤되면 재미면에선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다들 아시다시피 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를 또 사랑하게 되고 결국은 두 남자 모두와 결혼해서 산다는 내용입니다.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네 사회에서는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이죠. 참 발칙한 상상입니다만 저는 결국 설득당했습니다.
설득당한 이유가 무엇이냐.... 먼저 사회적 통념. 바로 인간이 만든 사회적 통념, 법 말고는 전혀 문제될 게 없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두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라고 생각하게 돼버렸습니다.ㅡㅡ;; 하지만 사실입니다. 책에 나온 그대로 그렇게 살고 있는 다른 사회도 있고 이 곳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못 그럴 것이 어딨습니까?
"에이.... 어떻게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어? 사랑은 한 사람과 하는거야."
.... 사실입니까? 사랑까진 아니지만.... 이미 양다리라는 것도 있고 많은 커플들이 자신의 이성친구에게 만족하지 못 하고 새로운 짝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은.... 도의적으로 안 좋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한번씩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런 적이 있거든요.^^
작품은 중간중간 축구 얘기와 자신의 현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 스토리를 풀어나갑니다. 작가는 어디서 찾았는지 어쩜 그렇게도 스토리와 꼭 일치하는 축구 속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화자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매 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작가의 재치에 혀를 내두릅니다.
작가는 그 재치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결혼을 2번할 수 있어? 일부일처제가 당연한거지!"라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결혼을 2번할 수 있어. 일부일처제는 당연한 것이 아냐, 아프리카에 어디가면, 저 나라에 이 곳에 가면~."이라고 계속해서 설득을 해나갑니다. 그 치밀함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빛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 이 작품이 독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2번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2번의 결혼을 하겠다는 그 여자가.... 인간적으로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책을 보기 전 다짐했던 것이 "그래, 어떻게 날 설득시키나보자."였습니다. 하지만 저리도 매력적인 인간이 나에게 요모조모 따져가며 조리있게 말하는데.... 안 넘어갈 사람 없습니다.
극 중 여주인공 인아는 원더우먼 급 포스를 발휘합니다. 두집살림을 하면서 어느 한군데 소홀하지 않고 똑부러지지만 세상에 모든 남편들이 바라는 현모양처의 모습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할 일에 대해 강하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잡아먹으려드는 기센 여자는 또 아닙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기에 소설 속 이야기는 전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마무리입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끝날 부분이 아닌 듯한 부분에서 끝이 나버렸습니다. 한창 계속 더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극 중 세월로 따져보면 분명 끝내야할 부분에서 작가는 정확히 끝냈다고 생각됩니다. 좀 더 이어져갔다면.... 얘기가 좀 더 복잡해졌을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울 때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나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종료 시점 판단은 썩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주절주절 써버렸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책 참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으니 말이죠....^^ 영화는 아직 안봐서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을 전부 다 넣었다면 결코 졸작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내가 결혼했다' WMINO의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