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개정증보 2판) - 복잡한 세상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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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뭘 하는 사람인가요?” 누군가 이렇게 물었을 때, ‘물리학자는 이 우주의 물질이 형성되고 운동하는 법칙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이야’라고 대답하지 않고, ‘신경세포 하나에서부터 도시 문명에 이르기까지, 작은 원자 하나에서 거대한 우주까지,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호기심의 촉수를 평생 뻗고 있는 못 말리는 탐험가들이야’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 책이 바로 증거다.(373p)

🔬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은 재독까지 했지만, <과학콘서트>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1인. 그나마, 과학분야 중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는 ‘뇌과학’인데, 열두 발자국 같은 경우, 뇌과학이 주는 지혜와 통찰을 이야기했던 부분이 많았기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었던 책이었다. 음. 그런데, 이번엔 ‘과. 학’콘서트 라니! 목차를 보니, ‘물리학’이 곳곳에 눈에 보인다. 워낙, 물리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나였어서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은 오히려 배로 커졌다. 열두 발자국도 과학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울림 있게 이야기해주셔서 무척 인상 깊게 읽었었는데, 과학콘서트도 역시!👏🏻

🔬 우리의 사회, 음악, 예술, 경제 등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이렇게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다니.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회 현상들이 이렇게 연관되어있구나.‘ 또 ‘과학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생활과 연결 지어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렇게 근사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읽는 내내, 과학을 사랑하시는 교수님의 마음이 느껴졌음은 물론, 그 사랑이 넘치고 흘러 ‘세상’에 대한 애정까지 곳곳에 묻어 나온다. (🗣이런 애정이 있으니 성찰도 하고, 비판도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저 잘난 척 풀어놓는 지식들이 아니며, 어떤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도 아닌! 복잡한 세상을 다양하게 이해하기 위해 원리와 법칙을 드러나게 해주는 과학의 본질에 충실한 지식들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책 또한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새로운 눈👀’인 셈이다.

🔖다윈이 100만 년 후에 인간이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학문은 과학이 아니란 말인가? 천문학자들이 별의 생성을 예측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의 연구가 비과학적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무언가 예측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학의 본질은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를 드러나게 해주는 ‘설명’에 있다. (188~189p)

🔬 워낙, 과알못이라 모든 챕터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 제일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프렉털 패턴(세부구조들이 끊임없이 전체 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는 형상)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문화, 음악, 지프의 법칙, 파레토 법칙까지 이야기해주셨던 부분이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프랙털 구조를 의식해왔고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발전시켜 왔다는 것. 이 사실은 “흑인은 백인에 비해 수학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서양의 오랜 통념이 문화적 차이를 간과한 선입견일 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 그리고 음악 감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_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곡일수록 1/f 음악(음정의 변화폭이 클수록 한 곡에서 나오는 횟수는 점점 비례적으로 줄어드는 음악)에 일치한다는 점, 지프의 법칙과 파레토 법칙을 통해 불균형이 반복되는 세상을 이야기하며,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어떻게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경제적으로 평등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해주셨던 부분. 이렇게 과학 지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며, 사회적 문제까지 짚어주시니 재미있을 수밖에.🤭

🔬 그리고 꽤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도 있었다. <복잡계 경제학 _ 물리학자들, 기존의 경제학을 뒤엎다>, <금융공학 _ 주식시장에 뛰어든 나사의 로켓 물리학자들> 챕터. 아마, 경제학과 물리학의 조합에서 신선함을 느꼈던 것 같다. 주류 경제학과 복잡계 경제학의 대립 및 서로 주장(비판)하는 목소리, 그리고 주가 변동이 완전한 노이즈인지, 아니면 유한개의 변수로 표현할 수 있는 규칙적인 프랙털 신호인지 알아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물리학자들이 증권가로 가는 이유 등 물리학이 경제학과 만나게 되면 이런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웠다.

🔖물리학자들이 주류 경제학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이른바 데카르트적 환원주의의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 환원 주의자들에게 전체란 단순히 구성단위들의 합에 불과하다. (..) 그러나 현실에서 경제 주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행동한다. (186p)

🔖복잡계 경제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현상의 패턴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복잡계 경제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고 격변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는, 그래서 아무것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경제학’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188p)

✨ 개인적인 느낌으로는_ <열두 발자국>은 교수님이 과학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주셨던 통찰이, 이 시대를 살아갈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던 책이라면, <과학콘서트>는 (과학 지식을 대중의 언어, 세상의 언어로 이야기해주신 것은 물론) ‘과학’의 쓸모를 넘어서 ‘학문’의 쓸모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 쓸모의 역할이 다 달라서 그렇지, 어떤 것이든 각자 나름의 ‘쓸모’는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쓸모가 꼭 당장 눈앞의 이익(돈, 명예 등)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람과 세상을 다양하고 깊게 알기 위해서 쓰일 수 있는 그런 ‘쓸모’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보았을 때, 과학 또한 무척 소중하고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점, 그리고 과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문이 우리의 일상, 그리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은 모순적이고 복잡하기에, 오히려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고, 다양한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과 생각이 필요하니까. 어떤 학문이건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고 ‘과정’ 중에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 세상은 복잡하지만, 그 속의 어떤 현상을 설명할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은 필요하다. 복잡하다해서 그냥 복잡하다로만 끝낼 수는 없으니까. 어떤 정확하고 명쾌한 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 (복잡한) 세상을 다양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책 또한, 과학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한 과학자의 ‘이해’로 쓰인 책이다. 이러한 ‘이해’들이 모이고 모여, 조금은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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