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류형정 지음 / 뜻밖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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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서 탕- 하고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누구나 같은 출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속도가 다 같은 것도 아니다. 멈추든 뛰든 걷든. 나만의 출발선 앞에서 늘 준비되어 있음을 되새겨야지. 나만의 속도로 계속 갈 수 있으면 좋겠다. (64p)


봄과 같은 날씨에 어울릴법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제목의 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한창, '나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만나게 돼서 더 기분 좋았다는 사실.



처음에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나갔다.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에 공감이 가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고, 중간중간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만화 에세이지만, 쉬이 넘길 때마다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일독을 하고 난 후, 다시 천천히 들여다봤다. 이때는 작가님과 내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붙여보거나 하는 식으로. 작가님의 일에 관한 얘기, 인간관계에 관한 얘기, 외로움에 관한 얘기들. 누구나 일상 속에서 하던 생각과 고민들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로 치부하기에는 작가님의 일상과 경험에서 느낀 그 찰나의 순간들, 단상들이 그냥 뻔하고, 평면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작가님만의 그림체와 컷 마다의 문구들이 작가님의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들려주었다.


그 찰나의 순간과 생각들, 고민들을 기록한다는 건 그만큼 부지런해야 함을 알기에, 작가님의 그림과 이야기가 더 귀중하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책 뒤편의 부록에 작가님이 오른쪽 어깨 통증과 손 저림 증상을 겪고 계셔서 불편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쓰고 그린 그림과 글이 실려있다. 나는 이 부록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뭔가 거친 그림체와 글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고, 작가님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만큼, 이 부분이 책을 더 빛내준 느낌이다.


그저, 어떤 거대한 목표가 아닌, 꾸준히 일상의 느슨한 간격을 기록한 작가님. 그 간격을 보고 함께 느끼며 힐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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