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개인
이선옥 지음 / 필로소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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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적인 혐오, 배척보다는 신중함과 관대함의 태도로 사유의 힘을 가진 ‘단단한 개인’이 되자고 이야기 하는 책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을 거라고 기대했으나, 그보다는 불편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이 책은 이선옥 작가님 나름의 치밀한 논증을 통한 현시대 흐름에 대한 비평글이 실려있다. 사실, 작가님의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도 적잖이 있었다. (특히, 페미니즘 비판 글, 리얼돌 규제에 대한 비판 글에서 불편한 기분을 .. 아마, 최근 일어난 N번방 사건으로 인해 이런 글들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님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 제시는 나의 사유 폭을 넓힐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페미니즘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고,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명적 흐름은 (역사를 참고하면) 처음에는 순수한 혁명 의지로 시작되지만, 비판 없이는 점점 과하게 흘러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비판-성찰적 글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언론의 역할, 그리고 우리의 태도>

페미니즘과 남녀평등, 성평등, 인권은 같지 않다. 마오이즘과 인간해방이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마오이즘은 인간해방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도 남녀평등이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주장이다. (39p)

작가님의 위 말은 남녀평등을 더 큰 개념으로 보고, 그 안에서 페미니즘은 하나의 운동으로 속해있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 관련한 여러 사건, 편 가르식으로 보도하는 언론 등에 대한 비판, 그리고 개인의 생각이 묵살당한 채, 집단적인 사고로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흐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작가님의 의도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해결 중심적 사고의 필요성, 그리고 센 언어와 선정적인 단어를 취해서 혐오주의자로 낙인찍는 것보다, 서로 예의를 갖춰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 좋은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었으니, 좋은 의도로 이 비평글을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얘기를 하는 사람을 접할 때마다 실망감을 숨기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최대한, 관대함을 유지하고 싶어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언행은 다소 참기가 힘들다.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쉽게 해서도 안 될 부분. 물론, 우리는 타인이 불편한 얘기를 했을 때, 합리적인 비판으로 대해야 함은 분명하다.

약자의 편에 서있다는 굳건한 믿음은 누군가의 삶을 헤치면서도 그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게 한다. (110p)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우리의 린치가 부수고 있는 건, 정작 불의가 아니라 구체적 인간의 삶과 존엄이다.(119p)

아니면 말고 식의 성폭력 피해 폭로를 검증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타격하는 일에 동조하고 때론 앞장서면서, 공론의 장은 만들지 않는 언론에 대한 비판은 지극히 공감하며 읽었다. 오히려, (진보건 보수건) 언론이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부추긴 점도 없잖아 있으니까.

여성문제 관련한 갈등 사안에서 반복되는 문제 중 하나는 단일하지 않은 사람과 의견들을 단일한 갈등의 전선으로 묶어 버리는 일이다. 이분법의 틀 안에 가두면 다른 의견과 해석의 여지가 봉쇄된다. 여기에는 진보매체와 단체들의 책임이 크다. (76p)

나는 남녀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이 입장에서 페미니즘을 알아가다 보면,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남녀의 성관계 부분에서 그 모순은 극대화가 되는데,(매춘, 리얼돌 등) 이런 부분들이 있기에, 더욱더 국가-사회적 담론으로 발전돼야 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앞으로의 사회는 점점 ‘사유’의 힘을 필요로 하고, 이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짜 뉴스가 흘러넘치기도 하고,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들이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단단한 사유와 함께 건강하면서도 예리한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줄, 언론과 국가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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