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리뷰 쓰려고 책을 다시 펼쳐 봤을 때, 군데군데 나름 느꼈던 부분들이 적혀 있긴 했어요. (특히, '태양'과 '권총' )하지만, 하나 하나 쓰기엔 벅찰 것 같아.. 그냥 이 책 다 읽고 나서 덮은 순간, 딱!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만 쓸게요.

1) 역시, 사람을 잘 사귀어야 돼.

엄마의 죽음에도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고, 그저 자신 주위의 환경과 일상을 느끼며 살아가는 뫼르소. 오히려 이런 그의 태도에서 인생의 헛헛함이 느껴지기도했다. 동시에, 그가 좀 독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나 뫼르소가 엄마와 어떤 피치 못할 트러블이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뫼르소가 겪는 일들을 보고 느꼈다. 나와 같은 이런 생각도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뫼르소의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으니, 이런 사람도 있겠지 싶었다. 그래. 거기까진 괜찮다. 근데, 왜 레몽이랑 지내냐고! 나 같으면 진짜 선을 긋고도 남았을 텐데. 레몽의 찝찝한 부탁들을 들어주는 것부터 느낌이 좋지 않더니, 역시나였다. 정부를 때리는 등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을! 왜!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낳을 수 있는 결과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할 수 없기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뫼르소와 나의 성격은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 뫼르소도 자신의 행동이 이와 같은 결말을 불러일으킬지 몰랐으니까.

2) 인생의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 엮어져 있는 소설

우연의 부조리, 선택의 부조리, 신념의 부조리, 법의 부조리, 사회적 통념의 부조리....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게 부조리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이 소설 하나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부조리가 이렇게 많을 수 있다는 것에 어찌나 놀랐던지. 내가 더욱더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1부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넘겼던 부분들이 나중에 2부에서 (뫼르소에게) 충격적인 결말로 다가오게 할 복선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을 것이다. 그 복선들이 연결되면서 부조리의 부조리를 이룬다.

2부 끝에 다다를수록 (감정적 동요가 없던) 뫼르소는 이상함을 느끼며 억울해하고 결국 폭발한다. (죽음 앞에서야 폭발을ㅠㅠ) 사제와의 대화에서 그 폭발이 최고조에 이르고. 나 또한 그 대화와 뫼르소의 내면 속 얘기에 오래 머물렀다.

이 삶을 정직하게 살아가든, 열심히 살아가든, 양심을 어기고 살든, 어차피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부조리를 얘기하고 싶었던 건가.

사회적 통념과 (당사자의 신념이 아닌)타인의 신념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망칠 수 있다니. 그들의 렌즈로 바라본 뫼르소는 그저, (암만 뫼르소가 진실을 말해도) 처신이 바르지 못한, 도덕적으로 파렴치한 인간으로 비칠 뿐. 그것을 소름 끼치게 정당화시킨다. 뫼르소와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음에도, '틀림'이 아닌 '다름'임에도. 그들이 정한 '바른 처신'이 아니었단 이유로 그 인생 자체를 흔들어버리고 짓밟아버린다.

이 소설을 읽었다 해서 내 삶이 뭐 크게 변할 것 같진 않고, 그저... 나는 이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부조리 속에 살아가지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조리’는 어느 순간에나 닥쳐올 것이고, 우리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각자 저마다의 선택을 하며 지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혹시 내가 이룬 선택들이 최악의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면.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결국, 완전한 끝은 선택 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겠지.

(ps1: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카뮈를 처음 접했어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아직까진 '실존주의'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요. 이 리뷰는 그냥 제가 느낀 대로 쓴 것인데..충분히, 오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카뮈의 다른 작품을 좀 더 접하고, 그에 대해 더 알아가다 보면..자연스레 그의 '실존주의'를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은, 요정도로! )

(ps2: 읽기가 난해하고 어려워서 완독을 못한다는 분들이 꽤 있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글은 잘 읽혔어요. <이방인>을 처음 접한 저로서는, 새움출판사의 <이방인>은 다행스럽게도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소설 분량만큼이나 부록(역자 노트, 이방인 깊이 읽기 등)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눈에 보였어요. <이방인>을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많이 읽어보시거나, 번역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