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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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초반부에 <책 활용하는 법>에도 나와있듯이,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전부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필요할 때나 생각날 때마다 여러 번 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분이 5년 동안 모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사례)와 함께 개인적인 의견이 섞여있는 내용으로 일목요연한 해답을 제공해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죽음 앞에 어떠한 해답이 있을 수 있겠나. 이 주제에서 만큼은 옳고 그름이 없기에 그냥 참고용,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 <죽음을 맞이하는 데 있어 꼭 의료기관의 개입과 장례지도사에 따른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에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이 역시도 확실한 해답을 주진 않고, 여러 대안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나온다.  특히, '친환경 매장'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친환경 매장지의 기본 개념은 시신이 흙으로 돌아가고 그 영양분이 다시 생명을 탄생시키는 유기체로 돌아간다는 원리이다. 


  누군가 죽으면 가족은 특별히 훈련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씻기고 수의를 입혀 나뭇조각 같은 탄소가 풍부한 물질과 함께 각자의 '함' 안에 놓고 자연적인 미생물의 대사 활동을 통해 부패하도록 둔다.그러면 가족은 흙을 감사히 받아 정원이나 기념하는 나무에 거름으로 뿌리면서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공동체 장례(또는 불필요한 의료적, 산업적 개입 없이 다 같이 모여 고인을 돌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무튼,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기에는 문화적 차이도 있어 갸우뚱했던 부분도 있었고, 아직까지 생각지 못한 부분(사후세계, 유산 등)까지 적혀있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읽었던 부분도 있었다. 



1. 죽음에 대한 얘기를 왜 식탁 앞에서 하라는 걸까?


  저자는 식탁은 인간의 고유한 문화를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장소라는 언급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과 관심을 담아 요리한 음식에는 고유의 향기가 있으며, 그것을 경험할 때 당신은 안정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또한, 쉽사리 부정하진 못했다. 나는 평소에 요리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누구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것이 소박한 요리일지라도 요리를 준비한 사람이나 대접받는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음식의 냄새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만큼 긴장감과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2. 우리는 왜 죽음 이야기를 회피하는가?


  저자는 #대니얼카너먼 (#생각에관한생각 저자)의 연구와 엮어서 우리가 죽음 이야기를 회피하는 것은 사고방식의 시스템적 오류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편향'과 '경험'이 인간의 두뇌를 틀에 박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기저율 편향 : (우리와 관련된 일반적인 정보는 무시하고 특정한 사례에만 연관된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 우리가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우리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숨 쉬고, 생각하고,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보니, 언젠가 죽는다는 기분 나쁜 현실을 무시한다. 


- 정상화 편향 : (어떤 일이 전에 일어난 적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경향) 우리는 기억하는 한 처음 태어났고, 거의 모두 죽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 예의 편향 :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실제 자신의 의견보다는 사회적으로 더 적절한 의견을 말하는 경향) 이 편향은 부모 또는 배우자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게 만든다. 


인간이 비록 위와 같은 편향성이 있어도 뇌가 영원히 이렇게 굳진 않는다. 신경가소성 때문에 매일 뇌 속에 새로운 경로가 생길 수 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했다. "우리 안에는 항상 서로 싸우고 있는 늑대 두 마리가 있단다. 둘 중 하나는 착한 늑대고 우정, 용기, 사랑 같은 것을 위해 싸우지. 다른 하나는 나쁜 늑대고 욕심, 미움, 두려움 같은 것을 위해 싸운단다." 손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럼 둘 중에 누가 이겨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단다."(156p)]



3. 우리는 왜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한 날은, 직장동료가 이 책 제목을 보고 "죽음을 이야기하자니, 선생님 무서운데요?"라고 말을 했다. 내가 그래서, "이건 무서운 게 아니다. 되도록이면, 서로 건강할 때 이런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서로 미리 해두는 게 좋다. 사람 일이란 게 갑자기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고, 아무 준비 없이 그냥 떠나보내거나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절차로 족음의 과정까지 가는 것이야말로 더 슬픈 일은 없다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더니, 오히려 더 놀라면서 어떻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하냐며 무섭다고 말하더라.


그만큼,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담론은 너무 폐쇄적이고 부정적이다. 최소한 죽음에서 만큼은 모두가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인데, 생의 마지막에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이야기해 두지 않는다면, 더욱더 분명히 원하는 바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저 죽음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다.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의구심이나 죄책감 없이 제대로 슬퍼할 수 있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권리가 있다. 위에 언급한 '편향'을 인지하고, '죽음'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꺼려하는 분위기가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읽고 나서 어떻게 부모님과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봐야 할지 이제 알겠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이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무지로 인한 실수를 하지 않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만들어준 것이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겠다. 그 반응에 따라 우리의 #데스오버디너 가 계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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