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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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헬리콥터 맘 마순영씨의 개인적인 반성문이라기보다는_ 아이들을 계속 이런 최대 효율, 최대 경쟁 시대에 살아가도록 방치해둔, 우리 어른들의 반성문으로 보았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이다.


<학생을 진짜로 생각하며 교육한다는 건 어떤 걸까.>

예전에 tvn에서 '수업을 바꿔라' 라는 대한민국 공교육의 미래를 위해 세계 각국의 교실에서 행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을 견학하러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챙겨봤었는데, 당시 핀란드 공교육 (#움직이는학교 )을 되게 재미있게 봤었다. 확실히, 그곳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수업이었고 최대한 아이들의 편견 없는 생각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토론과 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머리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도록 해주는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학교였다.

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출연진 중 한 사람이었던 '최태성' 선생님은 패널들에게 물었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양을 빠르게 가르칠 것인가> vs <아이들의 행복을 더 우선시할 것인가>

효율적인 수업과 행복한 수업 둘 중 어느 것을 원하는지 학부모한테 묻고 싶다는 말에, 한 아나운서는 ‘행복한 수업’에 동의는 하나, 조건이 붙는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집도 다 한다면”, “다른 집도 안 하면, 우리 집도 안 합니다.”라고.

이 말에,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고 그저 웃고 말았었다. 그렇다. 남들도 똑같이 안 해야 덜 불안하니까.

집안 형편이 그렇게 넉넉지 못했던 마순영 씨는 자신의 아이가 서울대만 간다면, 계층 이동은 물론, 자신처럼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을 거라 믿었다. 꽃길이 창창하게 열릴 것이라고. 그리고 이 ‘결과’를 위해선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것이 본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것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이 조건들이 남들과 ‘비교’하게 만들고, 이것이 더 불안하게 만든다.

사실,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대에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교육’,‘공부’는 최악인데, 이런 시대의 흐름에 비해 교육이나 정치는 왜 이렇게 빨리 변하지 못하는가. (간혹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무조건, 엄마의 탓으로 돌릴 일인가.>

[가부장제 유교 사회에서 자식을 벼슬길에 내보내 출세시켜야만 여자들은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치맛바람은 가부장제에 짓눌려 숨조차 크게 못 쉬고 살았던 여인네들의 권력 전쟁이자 치열한 생존 투쟁이었던 셈이다. (14p)]

나는 예전에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엄마가 초등학교 때 영어 교육 안 시켜줬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내가 그때 알파벳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완전 영어 까막눈이었겠다고. (내가 영어교육을 빨리 받지 못해서 영어 까막눈이었다면, 그 탓을 엄마에게 돌렸을까. 지금의 나라면 안 그랬을 것 같지만, 당시 성숙하지 못했던 나라면 충분히, “엄마가 나 영어 교육 안 시켜줘서 내가 이렇게 못하는 거잖아.”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무튼, 나의 이 말을 들은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좀 더 다양한 학습지를 해줬어야 했는데, 너무 못해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당시, 내 또래 아이들은 다양한 학습지를 했다고 말씀하시면서. 교육을 시켜주고도 미안해하시는 우리 엄마였다.

[”엄마가 무슨 죄인이냐고요? 애 공부 못하는 것도 엄마 탓, 입시 전쟁도 엄마 탓, 엄마가 동네북인가요? 정부의 입시정책이 뒤죽박죽인 바람에 엄마들이 안 나설 수가 없는 거잖아요?(....) 교육부의 입시정책이 문젠데, 언론이고 뭐고 전부 다 엄마들 욕심이 입시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것 있죠? 진짜 엄마 노릇 사표 내고 싶다니 기요.”(324p)]


<어른의 역할>

[나순영 씨는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연이 떠올랐다. 어떤 아이가 자신의 반에 심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다고. 그 아이가 안되어 보인다고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엄마는 넌 그런 애랑 절대 놀지 마. 그런 애랑 놀면 너도 왕따 되니까. 하고 대꾸했다. 다음 날, 그 아이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그런 애, 왕따 당하던 그런 애가 바로 그 아이였던 것이다. 아이의 엄마가 넌 그 애랑 잘 지내. 그 애가 얼마나 힘들겠니? 한마디만 해주었더라면, 엄마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기라도 했다면. 엄마의 비수 같은 말 한마디가 아이의 삶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엄마의 말 한마디는 아이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을 만큼 무서운 것이다.(212p)]

[새끼를 잡아먹는 동물이 있다니. 나순영 씨는 소름이 오싹 끼쳤다. (....)부모 자신의 욕심이 나 이기심 때문에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고 학대하고 방치하는 문제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부모 답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는 것이다. 마순영 씨는 수족관 속의 구피들이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아이를 공부로 몰아세웠던 지난날의 자신과 구피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221p)]

가부장제, 빈부격차, 경쟁 사회 등의 복합적 요인이 만들어낸 헬리콥터 맘. 선생도, 부모도, 어느 누구도 완벽한 악인은 없다. 사회와 제도, 그리고 상황이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 바꿔놓은 거니까. 하지만, 그 사회와 제도를 이렇게 만든 것 또한, 어른들이었으니, 충분히..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

이런 부분들을 인정하는 우리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계속 미안해지지 않으려면...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아이들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어느 책보다 부모의 역할,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변치 말아야 할 사실은 아이는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



#서울대나라의헬리콥터맘마순영씨 #김옥숙 #새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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