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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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선적으로 탈코르셋 운동과 단번에 공명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중간 다리이기를 바라며 쓰였다. 이에 더하여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서로와 더욱 긴밀히 연결되는 끈이기를 바란다. (395p)


이민경 작가님은 위와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완독한 1인으로서 작가님의 이러한 바람은 충분히 이뤄내고도 남을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 또한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어떠한 확실한 입장이기 보다는 혼돈 속에 있었던 입장이었는데, 이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 운동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여성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탈코르셋 운동은 우리 여성들이 연대하여 몸으로 행해야하는 사회운동으로 나아가야함을....아주,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딱! ‘탈코르셋 운동’의 대표(기본)지침서_ ‘탈코르셋' 하면 그냥 자동으로 이 책이 불려도 될 만큼, 이 운동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그것도 어물쩍 알려주는게 아니라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치밀하게 알려준다.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의심하는 사람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게 잘 짜여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운동이 현 사회에서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이것을 개인 자유의 선택이 아닌, 왜 연대적-사회운동으로 해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꼼꼼하고 타당한 논리로 이야기해준다. 그저 감정적 호소가 아니었다.


작가님은 실제로 탈코르셋 운동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여, 그들의 언어를 그대로 담았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에 자신의 언어를 더해서 더 강력한 힘을 실었다. 인터뷰 내용과 작가님의 이야기가 최대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부터 시작하여, 빈틈없는 ‘스토리텔링’에 나는 별표와 줄을 어지간히 그으며 열정적으로 읽어나갔다.


여성의 해방을 꿈꾸며 이미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탈코르셋을 하게 된 계기와 그 전과 후로 개인이 겪고 감내해야했던 일들, 그리고 그들의 타당한 분노와 그 분노가 이끈 행동들을 이야기한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강한 연대의식을 느꼈다. 평소 '꾸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나지만, 그럼에도 ‘아! 이 운동은 해야하는구나. 이 흐름을 함께 공부하고 함께 행동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아버린 이상, 나도 방관할 수 만은 없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가다가.. 가부장제 폐단을 끊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반혼’(가부장제의 결혼제도 거부,반대)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이가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결혼을 한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거지?’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신랑과 나,둘 사이의 문제는 크게 없지만, 며느리로서의 내 포지션이 고민이 되었다. 결혼을 한 여자 입장에서는 시댁이란 것과 명절행사라는 것이 존재한 이상... 나는 인지부조화를 겪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신랑이랑도 이 불편한 이야기를 조금씩 해봐야함을 느낀다.


 

여성이 지금의 모습으로 있기까지, 그리고 도래한 상상 속의 여성은 어떤 모습일지, 우리 여성이 연대하여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성들의 단발이 허용되지 않았던 엣날의 부조리한 규범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몸과 행동으로 맹렬히 나아갔기에 이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강하게 밀고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다. 지금의 탈코르셋 운동도 그저 개인의 취향 문제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이와 같은 ‘규범적 여성성’을 깰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또 사회에서 원하는 외모를 갖추기 위해 ‘돈, 시간, 감정, 이동성, 자괴감, 건강’.. 이런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그리고 우리가 더 경각심가지고 절실하게 생각해야하는 이유는 미래세대의 앞날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틴트 대신 형광펜을 바르는 10대, 유튜브 뷰티채널을 보며 색연필로 입술화장하는 법을 배우는 4살 여아, 미용산업에서는 아예 어린이화장품을 대놓고 팔고, 그것을 미디어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이미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편해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이런 사회의 압력을 받아들이고서는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따라 하고 배워나간다는 것이다. 결국엔 크면 클수록_ 그 덫과 사슬에 묶여 계속 사회와 남을 의식하고, 자기의 꾸밈이 자기 만족인 것처럼 착각하며 자신의 얼굴과 몸을 옥죄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악순환이다. 더이상 여성의 기본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져서는 안된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정한, 남성이 중심이 되는 디폴트는 이미 그 자체로, 진정한 '디폴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부조리한 디폴트는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디폴트 값은 출발선이 동등한, 기본 설정값이어야 하기에.

 

 

 

"직접 선을 넘어야 안다. 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므로."

우리 모두 선을 넘어보자. 천천히,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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