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평점 :
살고싶다
제목부터가 상당히 강렬하다. 더불어 제목하단에 있는 세계문학상수상작이라는 부제 또한 눈에 띈다.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필력이 어느정도일지 가늠이 되었고, 실제로 읽어보니 내용 또한 흡입력 있었다.
어떠한 소설책이라도 진부하고 늘어지는 구성의 스토리는 오래지 않아 질려버린다.
책의 감동,교훈,주장보다도 빠른 스토리,유추불가능한 이야기 구조는 책을 읽는 일차적 이유가 되고,자연스레 흥미와 흥분을 자아낸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꾀나 빠른 속도감을 보여준다. 읽어내려가는 내내 책위로 눈동자위가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살고싶다라는 제목은 극단의 느낌을 주는 단어다.
이 단어를 부연설명하듯, 강자와 약자가 존재할수 밖에 없는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이는 주제를 대변하는 분위기를 드러낸다.
아버지세대라 일컫는 군대와는 지금의 군대는 사뭇 다르겠지만, 위아래 계층구조가 확연히 갈리는 전형적인 보수집단중 하나인 군대라면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는 않을것 같다.
철저하게 폐쇄적이고, 고립된 집단안에 가둬놓고,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면 관심병사로 낙인찍혀 그 긴 2년이라는 세월을 무시아닌 무시를 받으며 지낸다. 이 환경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택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사건들도 더러 있었다.
우리가 최근 큰 화제로 대두되어 경악을 금치못했던 윤일병(연천 후임병 폭행사망 사건(漣川後任兵暴行死亡事件)은 2014년 4월 6일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대한민국 육군 28사단 977 포병대대 의무대 내무반에서 후임인 윤 일병이 선임병 5명과 초급 간부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사건 또한 그러하다.
군대일상을 전체 분위기로 깔고, 군대속에서 약자인 이필립과 그의 친구 선한이를 등장시켜, 군대 내부 고립적, 폐쇄적인 분위기를 드러내, 결말에 이르러 절정으로 끌고 간다.
필립과 선한이는 군대에 와서 부상을 입고 광통에서 만난 사이로, 체육관 청소를 함께 하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친해졌다. 부대는 달랐지만 둘은 군대에서 비슷한 시간을 보냈고, 성격이 비슷한듯 하지만, 이필립은 매사에 냉정하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정선한은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 알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두 인물의 대비적이면서도 교집합적인 부분을 함께 만들어낸후, 상명하복이 여실히 드러다는 군대라는 곳에서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게 되어 결국 자살이라는 결과로 삶을 마감한 선한이의 죽음의 원인을 이필립이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높시스로 보면 꾀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특히나, 군대라는 경험조차 없는 여성들에게는 군대라는 용어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다.
이책을 완독하기까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빠른 스피드함과 흡입력이 마지막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짜임새있는 스토리가 끝으로 갈수록 느슨 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완성되었으나, 이런 아쉬움도 없지 않다.
반면, 저자의 처녀작 이후의 두번째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구성과 글솜씨는 인정할만하다.
추리소설인듯 하지만, 무언가 담아내고자 했고,군대라는 주제에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단 군대라는 주제만이 아니겠지만, 우리가 조직이라 불리는 곳들은 모두 계층적 지배구조속에서만 움직이는 곳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고 보고 일하는 이곳, 직장이라는 곳 또한 조직으로 운영되는 폐쇄적인 공간에 속해있다면 속해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선한이의 죽음을 마주하며 이필립이 느꼇을 상황과 감정을 결말에까지 자연스레 이끌고 가려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의 다음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