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시를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고두현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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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무엇인가 말하지말라.

시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속성을 지닌 예술이다.

시에 대한 정의는 언제다 완벽한 정의가 아니기 쉽다.

그러므로 오늘은 시인에게 있어 시는 건강과 같다고 말해 둔다.

건강진단서가 지금 당신은 아무병이 없다고 해도

만약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불건강이요,

아프고 병든 생명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문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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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예술가들이 시를 정의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영원한 진리, 악마의 예술,언어의 탄환,벽장속의 보물찾기,결빙된 씨앗,하나의 진리,정신적 통섭을 누리는 예술 등

시를 그들 나름의 가치관과 생각으로 결론 내린다.

단어 하나에도 시인이 결론 내린 정의라 그런지 결론 하나하나도 함축된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야 어쨋던 결론된 시를 정의내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을 산문의 형식으로 길게 늘여써 뜻을 전달하기는 쉬워도, 함축한다는것은 가장 큰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함축된 단어는 함축의 성질 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에 도달할수 있고, 그에따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느낌,생각을 전달한다.

한때 글을 쓰는것을 즐겨했던 내게도 시는 어려워서 기피했던 문학이기도 했다.

시인이 말한 시,

그들이 정의내린 시를 읽고 있노라니,

시는 정말 어려운 장르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이 책은 각장마다 시 한편씩으로 시를 읽는 빈공간의 여백의미를 더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시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이다.

시를 정의내린 시와 그들의 단상을 통해 내가 가장 공감한 글귀를 소개하고 서평을 마친다. 

 

「종이라는 평면에 적히지만 시이기에

   입체적인 언어가 된다.

시는 공간을 만들고 우주를 만든다.

시간을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시는 일상어를 확장시키고 굴절시킨다.

때로는 일상어를 부정하고

배신하기까지 하면서 탈세상을 꿈꾼다.

때로는 언어로써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무모한 시도도 한다.

애매성과 구체성, 은유와 환유,기법과 정신

환상과 현실,형이상학과 형이하학...,.

그 틈바구니에서 시인은 아파한다.

그래서 시는 극점의 언어,

극한의 언어이다.

8000미터급 고산의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그 집념으로 쓰느 것이다.

최후 진술을 한다는 각오로,

유언을 남긴다는 각오로 오늘도 나는

또 한편의 실패작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승하(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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