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화 -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뜻밖의 조선사 이야기
배상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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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책들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자료가 조선왕조실록이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총 1893권 888책의 방대한 양이다. 이 조선왕조실록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조선비화]를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실록에 기록된 모든 내용을 보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다. 지은이는 일반인들의 이런 수고를 일부나마 덜어 주었다.

 

[조선비화]는 크게 세 부분 사건비화, 인물비화, 세태비화로 나누어져 있다. 이 내용 안에는 평소 듣지 못했던 이름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익숙한 인물들의 색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되는 대표적인 내용은 경종 독살의 의심을 받았던 영조가 범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경종이 환후 중일 때, 영조가 상극인 음식을 가지고 와 경종에게 먹였다는 기록이 명확하게 실록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종실록의 기록자가 영조의 적이었던 소론이었기에 영조가 범인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전체 내용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세태비화에 등장하는 허참례와 면신례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로 말하면 일종의 신고식이다. 여기에 본문 내용을 일부 옮겨본다.

 

(과거에) 급제하여 처음 관직에 나선 사람을 신래(신래)라고 했다. 신래라고 불리는 신참이 배치 받은 관청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사를 드려야 했다.(중략) 선배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대면하여 인사하는 것을 허참례(허참례)라고 하며, 허참례를 무사히 통과해야 비로소 정식으로 인사하는 면신례(면신례)를 치를 수 있었다. 신래가 면신례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같은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데, 면신례 이전 단계인 허참례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수반되었다.(323쪽~324쪽)

 

허참례는 막대한 돈으로 치러야 하고, 면신례는 그와 더불어 인격적인 모욕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면신례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젊은 인재도 많았다고 하니 그 가혹함이 어떠한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의식으로 가난한 인재는 걸러내고, 기득권층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나 오늘날이나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눈물겹다.

 

저자는 글의 시작부분에서 사극을 사기극이라 말하면서 사극 내용 중 몇 가지 큰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다. 촛불, 야전, 흥미 위주의 설정 문제, 총기, 포졸 복장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그 동안 사극을 보면서 쉽게 지나쳤던 장면들이 다시 생각났다. 이 부분은 본문 내용을 읽기 전의 맛있는 애피타이저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전히 조선시대의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의 선조들이 물려준 이 실록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는 조선왕조실록을 조금씩 읽어볼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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