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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단절 -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곽명단 옮김 / 살림Biz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내겐 큰 괴로움이다. 눈, 허리, 어깨, 손목, 다리 등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가급적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난 항상 바쁘게 살지는 못한다. 가끔 나도 정신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스스로 그러한 삶을 견뎌내지 못함을 알기 때문에 금세 그 생각은 잊어버린다. 하지만 주변에 항상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그들은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요즘 공직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큰 이유도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 책은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의 부제를 달고,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 때문에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또한 우리의 관심들을 한 곳에만 둘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현대문명의 걸작품들은 엄청난 처리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에 비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여유로워야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먹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은 더 부족해졌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를 저자는 우리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각종 겜멜스머치 때문이라고 한다. 겜멜스머치는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서 마음을 흩뜨리거나 주의력을 훔쳐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하는 힘이다. 예를 들면,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나 문자가 온 건 없는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실시간을 올라오는 최신 기사들을 검색하는 일 같은 것이다. 나도 컴퓨터를 켜고 해야 할 작업을 준비하다 어느새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나를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3~40분은 훌쩍 지나고, 스스로에 대해 스트레스를 퍼붓는다.
저자는 이러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깊게 생각하고 깊게 느끼는 것과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함께 사는 것이다. 이두 가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놓친 경우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스티븐 코비가 쓴 자기계발의 고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는 시간관리 매트릭스가 등장한다. 이것은 중요함과 긴급함을 두 축으로 하여 사분면을 만들어 놓고 어떤 영역의 일들을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코비는 제2사분면-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의 일들을 먼저 하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영역의 일들은 우리 인생 전반에 걸친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깊게 생각하고 깊게 느끼는 것과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함께 사는 것은 긴급하게 시각을 다투는 일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들이다. 인생에서 시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좋은 시계는 챙겼지만, 인생의 끝에 와서 잃어버린 나침반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겜멜스머치가 판치는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나침반을 잘 챙겨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보석들을 다시 찾은 기분이라고 할까?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깨닫는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인 것 같다. 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 항상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함을 또한 느낀다.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 여기에 적어본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거나 심지어 깨닫지도 못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까닭은 삶의 가장 심오한 부분, 다시 말해 우리가 좀처럼 들여다보지 않은 깊디깊은 그 심연을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3쪽)
늘 끼고 다니는 휴대용품들을 잠시 내려놓아야겠다. 대신 조용한 방 안에서 재깍재깍 시계바늘 소리를 들으면서 흐트러진 내 삶의 박자를 다시 맞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