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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무지개의 도시, 빛의 항구
키네마의 세계
봄의 향기, 꽃의 자태
넘쳐흐르는 곳
카메라의 눈에 비치는
덧없는 사랑에
청춘을 불태우고
생명이 춤을 추는
키네마의 세계······.
가마타의 기상을 높이 올리자!
-가마타 행진곡-
가마타 행진곡 : 제2차 대전 이전에 있었던 마쓰다케 키네마 가마타 촬영소의 소가(所歌). 노래 가사에 영화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과 사랑을 담았음 -옮긴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미운 이가 있다. 가급적 만나지 않으려 하고, 어쩌다 그 사람을 만나면 기분도 좋지 않고, 대화라도 하게 되면 감정이 섞여 짜증스런 반응으로 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 자리를 벗어나 잠시만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는지 정확히 이유도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내가 왜 그러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아무래도 내가 그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연중에 나를 그 사람과 비교하여 내가 더 낫다는 일종의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데.. 내 안에 버려야 할 쓰레기가 꽉 차있다.
야스는 모든 면에서 열등감을 가진 인물로 10년 경력의 베테랑 엑스트라다. 그의 열등감은 긴짱 앞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긴짱에게 온갖 모욕, 무시와 학대를 당하지만, 그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계단추락‘장면 촬영을 자원하고, 긴짱의 요구로 그가 버린 여인인 고나쓰와 태중의 아이도 거둔다. 긴짱에게 간과 쓸개를 모두 내어준다.
고나쓰는 긴짱이 다른 여자가 생겨 임신한 자신을 버린 것을 알고 처음 본 야스와 아무 생각없이 혼인신고를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짱이 그 여자와 헤어지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야스의 정성스런 보살핌에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그와의 진정한 사랑을 꿈꾸게 된다.
긴짱은 자신에게 있는 약간의 인기로 주위 사람들을 안하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야스와 고나쓰는 바보처럼 긴짱만을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긴짱의 모습을 닯아가는 야스와 긴짱에서 야스로 마음이 움직이는 고나쓰의 어긋나는 관계는 내 마음을 무척 아리게 했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야스. 그의 인생에 단 한 번뿐이었던 주인공역,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스스로 박차고 나와서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토록 원했던 주인공이었는데... 야스는 영화에서 엑스트라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조차도 주인공으로 살지 못한다. 고나쓰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와 아이를 돌보려는 모습에서는 야스도 스스로의 인생을 살 수 있겠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긴짱을 위한 것이었다. 야스에게 긴짱은 신이었다.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인 것 같다. 야스는 긴짱에게 모든 헌신을 했지만, 그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어쩌면 야스는 자신을 괴롭히는 긴짱에게서 진정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긴짱은 그런 야스를 온갖 방법으로 이용해 먹지만 말이다.
야스를 보면서 내가 미워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는 나의 오만방자한 모습을 닯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가 나로 인해 또 하나의 쓰레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집을 나온 고나쓰는 진통을 느끼기 시작하고, ‘계단추락’장면의 환상을 통해 야스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다. 책의 마지막은 죽음과 생명의 탄생이 함께 이루어짐으로 마무리된다. 태어날 아이는 누구의 아이라고 해야 할까?
긴짱의 아이도, 야스의 아이도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