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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날 알아맞춰 봐...
“사람이 사람의 심리를 연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긴다. 좀 어려운 질문인 듯 싶다.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물음은 이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실험자들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이들을 다양한 실험을 하도록 이끌었을 것이다. 몇몇의 실험들은 얼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사람을 조종하는가 하면, 사람의 뇌를 보기 위해 드릴로 머리를 뚤기도 한다. 독특한 성격의 연구자들만큼이나 이 책의 저자 또한 독특해서 약물 중독이 약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마약을 복용해 본다.
10개의 실험 중 재미난 내용이 있는데, 한국 전쟁 때 중국인들이 미군들에게 약간의 쌀과 사탕으로 반미적인 글을 쓰게 만들고, 후에 공산주의로 전향하게 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와 관련된 이론이 [인지 부조화 이론] 인데, 여기서 잠깐 소개한다.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미음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것은 일종의 왜곡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때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 말이다. [p.156]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큰 돌부리가 아닌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믿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모그룹에 대한 특검 조사가 한창이다. 압수 수색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소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조사 과정에서 어떻게 진술할까? 위의 이론처럼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다른 실험 중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 의사가 제대로 진단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의사들은 애초에 내려진 전제조건에 의해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나는 내가 쓰고 있는 색안경으로 본 세상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친구 녀석이 있다. 퇴원한 지 2년 반 남짓 되었는데, 지금은 겉보기에는 정상인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친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 복용하는 약 효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루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있다. 어느덧 친구의 몸무게는 0.1t을 넘겨버렸다. 퇴원해도 되는 것이었을까? 혹시 의사가 오진한 것은 아닐까? 착한 내 친구가 안쓰럽다.
심리학의 개론적인 내용들이지만, 처음 접한 나에겐 무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심리학 연구는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난 내 친구나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