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울의 선교 방법들
로버트 L. 플러머.존 마크 테리 엮음, 조호형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 2016년 1월
평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으니, 100년이면 강산이 열 번도 넘게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바울의 선교 방법들』은 알렌의 Missionary Methods: St Paul’s or Ours?의 출판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책의 주제를 다시 살펴보며 알렌의 공헌을 통해 지금도 배울 수 있는 점을 찾기 위해 여러 선교학자들의 글을 모아 출판했다. 알렌은 186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1895년부터 1903년까지 중국 선교사로 활동했고, 이후 성공회 교회 성직자로, 동아프리카 선교사로 활동하며 40여 년간 선교에 대한 많은 글을 저술했다. 그리고 1947년 케냐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알랜이 저술한 책들은 선교학의 고전으로 여겨진다. 알렌이 저술한 여러 책들 중에서 Missionary Methods: St Paul’s or Ours?는 1912년에 출판되었다. 알렌의 책은 당시 “선교 정책의 전 영역에 대한 비판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바울로부터 더 나은 방법을 배우려는 건설적인 노력”이 담긴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0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선교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울의 선교 방법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플러머(Robert L. Plummer)가 편집을 주관하고, 버드(Michael F. Bird), 슈나벨(Echhard J. Schnabel), 플러머, 머클(Benjamin L. Merkle), 스텐쉬케(Christph W. Stenschke), 호웰(Don N. Howell Jr.), 키너(Craig Keener)의 글을 통해 1세기 정황에서 여러 질문들과 함께 바울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후반부는 테리(John Mark Terry)가 편집을 주관하고, 헤셀그레이브(David J. Hesselgrave), 포콕(Michael Pocock), 테리, 스테처(Ed Stetzer)와 비어드(Lizette Beard), 실스(M. David Sills), 로리스(Chuck Lawless)의 글을 통해 선교학자들에 의해 논의된 중요한 질문들을 다룬다.
알렌의 선교신학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바울이 가르쳤던 교리들은 대게 그가 직면했던 선교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따라서 오늘날 행해지는 선교는 바울의 선교방법들과 그 방법들을 뒷받침하는 신학적인 근거에 적합해야 한다.”(24)라는 말이다. 선교가 바울의 선교에서 신학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서구 사회에서 식민주의적 사관에 의해 선교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말이다. 지금보다 식민주의적 사관이 더 짙었을 1912년에 선교를 바울의 선교로부터 그 근본 원리를 찾아야 한다는 알렌의 주장은 매우 급진적이었을 것이다. 혹자는 알렌을 “시대를 앞섰기 때문에 불행했던 선교사”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알렌의 선교 신학은 알렌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십여 년이 지난 1960년대에 이르러 주목받았다. 따라서 100여 년이 지난 시점에 플러머와 테리가 알렌의 책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도는 의미있다. 그리고 바울의 선교에서 선교의 신학적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은 알렌의 시대에나, 100여 년이 지금 지금에나,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전반부에서 말하는 내용들은 어쩌면 당연한 내용일 것이다. 바울에게서 바울의 선교신학을 다루는 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그리고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회심 후 바울의 인생은 모두 선교하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울에 대한 연구가 곧 바울의 선교 신학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바울에게서 선교 원리를 찾는다는 말과 바울 신학의 메시지를 찾는다는 말을 동의어로 사용해도 될 것이다.
실제적인 관점에서 ‘선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은 후반부에 담겨 있다. 헤셀그레이브는 바울의 선교전략과 알렌의 입장을 평가하며 알렌의 교리에 대한 관심이 바른 교리의 해석을 통해 선교 현장에 접목시키는데 있지 않고, 교리에 대한 바른 이해 자체에만 있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한다. WCC가 교리를 주장하지 않고 교제에 중점을 두었지만 실제 선교에 해로운 결과를 끼쳤다는 점이 알렌의 이해가 갖는 약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테리가 정리한 알렌의 토착화에 대한 원칙은 오늘 선교 현장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시대를 앞선 내용이다. 그러나 그것에서 머물지 않고 테리는 토착화를 통해 상황화를 이루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해야 한다고 한 걸음 나아간 전략을 제시한다. 상황화에 대해서는 실스가 자세히 서술했다. 오늘날 가장 많은 이견이 있는 주제가 바로 상황화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알렌이 제시한 4가지 원칙(알기 쉬운 가르침, 유지될 수 있는 기관, 독립적인 재정 운영, 권징에 대한 바른 시행)은 그가 시대를 앞선 선교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인용된 알렌의 문장들은 매우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알렌의 글을 평가하며 교훈을 삼고, 반성을 하는 여러 학자들의 태도는 매우 인상깊었다. 다만 개혁주의 전통에서 칼빈‘만이’ 유일한 교과서인 것처럼 대하는 잘못된 태도가 선교학의 영역에서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신약을 공부하며 공부가 신약 성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의 현장으로 가져올 수 있는 살아있는 신학 공부가 되길 다짐하게 된다. 사도행전과 바울의 서신들을 읽으며 이런 선교의 원리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선교학자들에게서만 나타나지 않도록, 그리고 신약신학자로서 더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타 영역의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공부가 되길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