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하신 하나님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삼위 하나님으로 변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구속사역을 하기 이전부터 애초에 존재론적으로 삼위 하나님이시다. 본 책에서는 존재론적 삼위 하나님을 먼저 말한 다음 경륜적 삼위 하나님에 대해, 각 위격의 구속사역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삼위 하나님은 마르둑이나 알라와는 다른 하나님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하나님이 삼위 하나님이기 때문에 다른 신들보다 삼위 하나님이 선하신 하나님임을 말하고 있다.
성부 하나님은 말 그대로 아버지 하나님이다. 아버지 하나님이라는 의미는 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속성은 불변하기 때문에 하나님은 갑작스레 아버지 하나님이 된 것이 아니라 영원한 아들을 두신 영원한 아버지 하나님이다. 그리고 성령의 교통하심으로 말미암아 성부와 성자는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서로를 기뻐하게 된다. 성령은 성부와 성자의 사랑과 능력의 통로인 것이다. 이는 어거스틴의 삼위일체의 전통을 인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거스틴은 성부를 사랑하는 자(lover), 성자를 사랑받는 자(loved) 그리고 성령을 사랑(love)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삼위 하나님은 영원히 서로 사랑하고 서로 섬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순종하는 아름다운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성부 하나님은 성자를 사랑하셔서, 성자를 위해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 사랑은 창조세계까지 흘러가게 되어 성자의 기업을 우리 또한 받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성부 하나님은 성자를 이 땅에 보내시고 성자로 인해 죄인인 우리 또한 성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성령은 성부와 성자의 관계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여 삼위 하나님의 관계를 누리게 하신다. 그리고 관계를 누림으로 말미암아 삼위 하나님을 닮아가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게 된다.
마이클 리브스는 삼위 하나님의 관계에서 모든 사역을 풀어 간다. 모든 사역에서 삼위 하나님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으며, 하나님의 구속사역은 삼위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마이클 리브스는 과거 공의회의 결정과 교부, 청교도들을 잘 인용하고 그 전통에 따라 삼위 하나님을 잘 정리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성령에 대한 부분이 다른 위격에 비해서 빈약하다. 성령을 하나의 위격이 아닌 성부와 성자를 이어주는 ‘에너지 혹은 매개체’정도로 묘사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마이클 리브스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성령의 인격적 특성 중 하나가 holy shyness라서 그런가 싶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삼위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성부의 자녀 된 신자는 성자의 사역을 성령으로 이어나가 야한다. 성부가 세상을 사랑하여 성자를 보내셨듯이 하나님의 자녀들도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에 파송되어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령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야 한다. 즉 교회는 삼위 하나님의 성품에 따라 세상을 섬기고 낮아지며, 세상 곳곳으로 흩어져 정치, 사회, 경제 등등의 분야에서 삼위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삼위 하나님과의 관계는 수직적 상태에서 정체되는 것이 아니다. 삼위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게 된다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삼위 하나님의 존재 자체가 복음의 공공성의 초석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