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
김선주 지음 / 이야기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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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 김선주 목사가 쓴 예쁜 책이 도착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함에 그의 프로필을 살핀다. "경직된 교리와 교단에서 벗어난 사람", "시대와 상황 가운데 복음을 사는 사람", "예수를 따름으로 믿으라고 가르치는 사람", "어린이와 청년과 지성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 "목사이기보다 인간이기를 소망하는 사람" 우와...

 

한 때는 큰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를 무더기로 사서 들었다. 그들의 설교 기술과 성경을 보는 눈, 그리고 사람들을 휘어잡는 능력을 얻어내고 싶었다. 한마디로 설교를 잘하고 싶었다. 그들을 흉내내고, 그들의 설교를 사용하고, 그들과 같아지고 싶었다. 닮고 싶었다.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

 

그렇게 20대와 40대초반을 써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내몸에서 그것들을 하나 하나 뜯어내느라 이 고생을 하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그 버릇이 다시 튀어나온다. 꼭 그들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기술로 복음을 이용해 성공해보고 싶었던 내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고민에 빠졌다.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할까? 이전에는 분명했다. 설교 잘하는 목사! 리더십이 있는 목사! 그런데 그것은 껍데기였다. 촥촥촥 휘두르며 칼춤을 추는 무희들의 벨수 없는 무딘 칼이란 것을 이제사 깨달았다. 목사가 되기 위해 인간다움을 천시했다. 천사처럼 때로는 하나님이 된 듯 가면을 쓰고 살았다. 넌덜머리가 났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한 인간이란 뻔한 사실이 드러날 까 두려워하는 성가대복을 입은 삐에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의 박수와 칭찬, 우리는 못하지만 당신은 잘 하고 있다고 추켜세워주는 부추김에 우쫄해 그 좋은 시절을 삐에로로 살았다.

 

하나님을 향해서는 내가 드러날 까 얼굴을 외면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하나님과 이심전심의 존재인 것처럼 살았다. 열심이 특심이되고, 특심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불처럼 나를 소각시키며 살라버렸다. 재가 되어 망연 자실한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인간으로 사는 법도 모르면서 다른 어떤 것으로 살려고 했다는 것을. 나로 사는 법도 모르면서 남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이런 고민으로 살기 시작한 몇년. 새장처럼 좁아진 생각과 타인의 만족을 내 삶의 기준으로 여기며 살던 불안한 삶을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내가 배운 것보다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생각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성경이 나를 가둬 버린 삶을 참 좋은 신앙으로 알던 것에서, 크고 넓은 바다를 향해 열린 문처럼,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 자유케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책은 그런 삶을 한참 전에 시작한 한 인간 목사가 처음의 감격과 환희를 지나 이제는 그 넓은 해변가를 맨발로 거닐며 소소하게 던지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가 던져주는 이야기는 허리를 굽혀 주운 반짝 반짝 눈에 뜨이는 조개껍질과 불가사리와 반들반들하게 씻긴 작은 돌과 같다. 스쳐간 사람들과 달리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탄하던 생각들을 옮겨놓았다.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우리집 고양이는 예수를 믿지 않는다.] 이 책제목도 그가 주운 작은 조개껍질과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의 손에 얹어서 보여주어야만 고개가 끄덕여지며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목사이기보다 인간이기를 소망하는 한 사람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대들도, 분명 나처럼, "우와~"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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