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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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임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작가의 전작 <위저드 베이커리>와 비교해 봤을 때, 소재의 참신함은 있을지언정, 서사의 흥미로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따지고 보면 날개달린 사람(익인)이라는 소재도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싶지만, 그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카루스'의 신화까지 등장해야 하므로 넘어가도록 한다. 장르 소설 외의 영역에서 이같은 소재가 등장하는 것은 희귀한 일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서사에 기시감이 짙다는 것이다.

서사의 축을 이루고 있는 익인과 인간 사이의 갈등 구도는, 과거 식민지 원주민과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갈등 구도와 비슷하다.


이밖의 작은 설정들, 이를테면 익인의 신체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생체실험이 인간의 손에서 비밀리에 자행되는 부분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영화 <디스트릭트 9>을 떠오르게 하고,


익인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부분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 혼혈이라는 낙인 때문에 익인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익인 '비오'와 출생의 문제 때문에 이방인처럼 부유하는 인간 '루'의 만남으로 대변되는 '이방인과 이방인의 사랑'이라는 부분 역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와 닮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인 영화를 예시로 들었으나, 비슷한 모티프의 작품이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서사의 진행에 다소 평범한 면이 있다.

인간에 대한 익인의 공격과 인간 소녀의 납치, 그 소녀를 납치했던 익인과 소녀의 사랑, 그러다가 비윤리적인 실험을 자행하던 인간의 실체가 드러나고, 두 사람의 기지로 세상에 알려진다. 가족을 잃은 충격에 세상을 떠도는 익인, 그리고 자아의 성장을 이루고 그를 찾아 떠나려는 인간.

전체 소설의 1/3을 읽었을 때 웬만한 내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말인즉슨, 클리셰가 지나치게 쓰였다는 말이다.


다만,

이 작품이 청소년을 주 독자층으로 설정했다는 점,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라는 비교적 가벼운 축을 중심으로, 현대 제국주의, 환경 파괴, 다문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시 한번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의 힘을 느낀다.

그리고 이른바 스타 작가의 네임벨류가 가진 힘을 느낀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에 있다. 따지자면 기시감 쪽에 가까워 아쉽다.

외적으로 드러난 감동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행간에 읽히는 주제의 무게감을 함께 느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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