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그리스도인 - 그리스도인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2017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이원석 지음 / 두란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이원석 지음

 

★인상에 남는 구절

18p 우리의 머리를 혹사하는 노동이 곧 공부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느 분야에서 숙련된 직공이 되는 과정이 원래 공부(工夫)라는 단어의 뜻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부는 특정한 분야의 달인(達人)이 되는 것입니다. 장인(匠人), 마이스터(Meister),대가(大家)가 되는 것입니다.

19p 지식은 한 면으로 머리에 축적되고, 다른 한 면으로 몸에 스며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이렇게 전인적인 것입니다.

24p 우리 머리에 채운 만큼이 아니라 우리 몸으로 소화한 만큼이 우리 영성의 레벨이 됩니다.

25p 지식이 몸에 새겨지는 것을 달리 말한다면, 습관입니다. 습관이 잘 들었다는 것은 몸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지식은 습관의 이름으로 몸에 자리하게 됩니다.

97p 스승은 지식을 가르치기 이전에 먼저 삶으로 가르칩니다.

98p 스승의 조건은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교습법이라기보다는 지식의 온전한 체화입니다. 가르치는 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바를 삶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입으로 전달하기 전에 먼저 삶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의 삶에는 제자가 배워야 할 지식이 녹아 있습니다.

163p 지도력의 전제는 곧 독서입니다. 그것도 넓고 깊은 독서입니다. 많이 읽고, 깊게 읽어야 합니다.

163p 지도자(Leader)는 독서가(Reader)라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227p 삶이 바로 서야 말이 힘을 갖게 되는 법입니다.

 

★내용(Message)

1. 우리의 존재를 바꾸는 것이 공부의 목적 입니다.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에서 주옥같은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많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이 최근에 없었다. ‘공부’를 통해서도 이런 통찰을 길러낼 수 있음에 놀라게 된다. 저자가 가장 처음 강조한 것은 방향성이다. 제대로 된 공부의 시작은 존재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은 눈에 보이지만 행위를 통해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마태복음 7장에 나온 성경구절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좋은 나무의 비유다. 좋은 나무가 좋은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다.

 

“이와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마 7:17-18)

 

좋은나무는 존재와 연결된다. 결국 어떤 존재가 되느냐. 어떤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나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른 존재가 되길 권면한다.

 

43p 행위 이전에 존재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바른 공부는 바른 행위 이전에, 바른 존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44p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행위이지만, 실상 그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존재가 핵심입니다.

45p 존재의 변혁이란 세상과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의 변혁이겠지요. 요한일서에 따르면,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바뀌는 것일 터입니다. 존재의 변화란, 곧 사랑으로 존재방향이 바뀌는 것을 가리킵니다.

 

새로운 존재로 변혁하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자 방향성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제대로 공부했다면 존재가 변화하게 되고 우리의 삶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48p 바른 신앙공부 혹은 성경공부는 삶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124p 그분의 존재가 사랑이시기에 그분의 모든 삶이 또한 사랑인 것입니다. 우리 또한 이러한 주님의 삶을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존재가 바로 사랑으로 화(化)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스승인 예수그리스도를 따라는 것이야 말로 존재의 변화다. 공부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예수님처럼’이다.

 

226p 우리의 스승은 예수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의 제자됨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며,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수를 따르는 것이며,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말보다 삶으로 먼저 증명됩니다. 말은 주(注)이며, 삶은 본문입니다. 각주는 본문 아래에서, 그리고 미주는 본문뒤에서 겸손하게 본문의 내용을 부연하고, 떠받칩니다. 주는 원래 본문에 종속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삶이 바로 서야 말이 힘을 갖게 되는 법입니다.

 

2. 공부에 있어서 반복이 중요함을 알아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학교 교육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기독 대안학교인 소명중고등학교는 책읽기를 강조하는 학교다. 인문고전이라는 교과가 정규수업시간에 있다. 매월 학생들에게 유익한 필독서를 선정해 책을 읽도록 했다. 일부 학생들은 잘 따라오는 듯 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수도원의 공부방법이 인상깊었다. 그곳에서는 선택한 한 권의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 다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의 식자들은 하나의 고전을 천 번 이상 읽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말한다. 역사교사인 내 눈을 사로잡는 예화도 등장했다. 조선 최고의 독서광이라고 소개되는 백곡 김득신(1604-1684)은 백이전을 일억 일만 삼천 번을 읽었다고 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횟수를 늘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될 때까지 계속 읽는 반복하는 태도에 있었다. 여러 권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한권을 지속적으로 이해 될 때까지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야 책으로 읽은 지식이 몸에서 체득된다. 결국 그 태도가 습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SBS에서 매주 방영하는 <생활의 달인>에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결국 반복적인 연습으로 생성된 습관이 몸에 체득화되어 나타났다는 사례도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그렇다. 양적 독서보다 질적 독서가 중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히는 것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58p 지식의 축적을 위한 독서와 달리 영혼의 성장을 위한 독서를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읽을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 ‘어떻게’의 핵심이 바로 반복입니다.

65p 핵심은 반복에 있습니다. 반복하여 읽을 때마다 그 특정한 성경에 대한 이해와 통찰의 깊이가 점차로 더해집니다. 반복적으로 읽는 가운데 그 성경의 가르침을 조금씩 내 삶으로 실천하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산 의사 장기려 선생이 유독 많이 읽었던 성경이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드높이는 요한일서였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반복하여 읽게 된다면, 우리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66p 설교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스펄전은 <천로역정>을 백번 읽었습니다. 내 영혼을 사로잡는 좋은 고전을 반복하여 읽는 것은 그 고전의 진수를 얻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67p 어떠한 영역에서 고도로 숙달된 사람들의 기예는 머리를 넘어서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고된 반복의 결실입니다. 그러한 습관은 몸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럼 왜 이렇게 반복을 강조할까? 그것은 잘 이해하기 반복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복을 묵상과 연결지었다. 결국 반복해서 읽다보면 묵상의 깊이가 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내용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다. 묵상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경지까지 가야한다. 결국 음식이 소화되듯이 자신에게 내면화된 깊은 깨달음이 다른 사람에게 깊은 통찰로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69p 독서가 묵상으로 심화되어야 합니다. 묵상은 일단 나의 자리에서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정한 시간과 수고를 들여 묵상하였다면, 우선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70p 묵상은 그 깊이가 심화되는 것에 상응하여 그 넓이가 확장되어야 합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한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what is most personal is most universal)이지요.

71p 내 안으로 들어가는 만큼 남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의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향한 연민과 이웃에 대한 공감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독서가 자신을 바꿀 뿐만 아니라 이웃의 삶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의 저자는 묵상에서 더 나아가 암송까지 권면한다. 결국 진리를 제대로 기억하는 방법은 마음판에 새기는 것이다.

 

196p 암기는 우리로 하여금 시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다른 존재들과의 대화로 들어가게 해준다. 우리의 암기가 깊어지고 넓어질수록, 우리가 맺는 직접적인 관계들의 그물망은 더욱 풍성해지고 복합적이 된다.

 

3.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지혜를 사용하십니다.

공부의 방향성이 존재의 변화에 있고, 반복적으로 내 삶에 체득되도록 묵상하며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어떤 책을 선정해서 공부를 해야하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을 고수해야 할까. 저자는 세상의 지혜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역사가 드러났다고 말한다.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루터나 칼뱅 모두 인문교양의 학도들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성경을 읽고 신앙을 제대로 찾은 종교개혁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들이 훌륭한 인문 교양인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신양성경을 13권이나 썼던 사도바울의 문장력 또한 세상의 인문고전을 충실히 공부하면서 습득한 지혜를 배우고 익힌 결과였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의 지식에 편견을 갖지 않도록 권면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의 지혜를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세상의 고전에도 우리가 주목할 이유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72p 루터나 칼빈이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인문학을 공부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일바 은총의 영역에 속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지혜를 통해서도 역사를 이끌어 가십니다. 

75p 배움(學)이 없는 익힘(習)이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 배움의 대상으로서 성경과 기독교 고전을 넘어서 세상의 고전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성경이 됐건, 고전이 됐건 우선은 열심히 읽고 배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한 고전이란 무엇일까. 책에 나온 내용을 대신 적는다. 고전을 선정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 

 

134p 오래된 책인데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책이야말로 진정한 고전입니다. 흔히 쓰는 말로 하자면, 시간의 테스트를 거친 책입니다. 특정한 시간대의 한계를 넘어서 지금에 이르도록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을 사로잡아 왔다는 뜻입니다.

 

4. 고전을 공부하는 길, 함께하는 도반(道伴)이 필요합니다.

고전을 읽는 독서는 혼자할 수 없다. 혼자만의 독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저자는 배움의 길을 함께할 친구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그런 모임(공동체)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비전이기도 하다. 왜 도반(道伴)이 필요할까. 좋은 존재와 관계를 맺게 되면 그 대화를 통해 내가 변화될 수 있고 균형잡힌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부족함도 알게 되고 어려움에도 공감하게 된다. 결국 도반(道伴)과 함께하는 과정속에서 우리 내면의 존재가 만들어진다고 봤다.

 

171p 성숙의 여정에 나서려면 함께할 참된 친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친구를 가리켜 도반(道伴)이라고 합니다. 가르침을 더불어 연마하고, 그 배움의 길을 함께 걷는 벗을 가리킵니다.

181p 당장의 실용적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함께 읽고, 함께 암송하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202p 변화의 중심은 그렇게 주고받는 대화에 있습니다. 이는 결국 영혼의 성숙과 존재의 변혁으로 결실을 거둡니다.

210p 책을 읽고, 이를 나누는 가운데 균형 감각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서로 간의 나눔 속에서 새로운 시야가 열리게 됩니다.

215p 좋은 대화 방법의 모색이 아니라 좋은 대화 친구의 유무입니다.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216p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하나의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라, 수많은 공부모입니다. 저의 꿈은 한국교회가 공부하는 교회가 되고,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진지하게 독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224p 지속적인 삶의 나눔을 통해서 서로의 필요와 곤경에 마음을 함께하게 됩니다.

237p 우리가 함께 읽고 나누는 책들이 우리 내면의 존재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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