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풀꽃도 꽃이다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풀꽃도 꽃이다1,2

 

조정래 지음

인상적인 문구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 중에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해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이다.”-1권 48p

 

“사진은 그리움을 담는다. 노래도 그리움을 담는다. 그래서 노래는 귀에 익은 노래가 더욱 좋아지게 되는 법이다. 그와같이 시도 그리움을 담는다. 오늘 여러분이 낭송한 시편들은 여러분 각자의 감성과 감정에 따라 제각기 다른 추억으로 여러분의 마음속에 간직될 것이다.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끔씩, 문득문득 시구들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심코 이런저런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것처럼 마음에드는 좋은 시구들도 읊조리게 된다. 그처럼 마음을 고요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천상의 소리는 없다. 그런 때의 자기 위인을 위해서 오늘 낭송한 시 정도는 다 외워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공부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엄마들이 하는 말에 중독되면 서글퍼진다. 다는 아니어도 좋다.열 편 정도만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이담에 꼭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도시를 벗어난 어느 교외의 데이트 길에서, 꼭 오늘처럼 낙엽 지는 가을날 시 한 편을 읊으면 어떻게 될까?”-2권 165p

 

“흐음, 우리 윤섭이가 얘기를 아주 조리 정연하게 잘하는 구나. 엄마하고 평소에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좋았을 텐데...... 부모 자식 간에 인격적 대화가 너무 없는 게 참 심각한 문제다.”-2권 247p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해서 SKY대학교에 들어간 그들이 지적당하는 세 가지 약점이 있었다. 글을 잘 못 쓴다. 외우기만 했지 써본 적이 없으니까. 말을 잘 못한다. 주입만 받았지 토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협동 능력이 떨어진다. 남을 제치는 데만 능했지 누구와 힘을 합쳐 무슨 일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그런 살벌한 생활을 두려워하고 우려하며 어떤 시인은 이런 시를 썼다." -2권 376p

 

"책은 첫째 전체를 읽어 내용을 파악하고, 둘째 그 저자는 왜 그렇게 썼는가를 분석해 보고, 셋째 나는 어떻게 쓸 수 있는가를 구상해 보는 것으로 바른 독서가 완성되는 것이다."- 2권 381p

 

지은이

                              조정래 작가

 

내용(message)

1.한국의 공교육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무한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작부터 서열화에 따른 일제고사 성적공개를 비판하는 강교민 교사와 교장선생님의 물러섬 없는 한판 논쟁으로 시작된다.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때 시행된 전국단위 시험이었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시행되고 있다. 작가가 본질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주입식’ 교육이다. 일방적인 지식전달 수업으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SKY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풍조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계화 시대’를 외치히면서 3,4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한 부분도 소설에서 지적한다. 이 또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 교육으로 흐르기보다 남들보다 영어공부를 열심히해서 높은 성적을 받고난 후 SKY대학에 입학하고 싶은 욕구의 반영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구축된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같은 학벌체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책에서 바라보는 학교란 어떤 공간인가.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 2권 44p

 

“학교는 사교육 복습장이나 숙제장으로 바뀌고, 주기적으로 사교육 효과를 평가해 주는 시험장으로 전락해 있었다.” - 2권 93p

 

그렇다면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공부는 왜하는가? 그 대답은 책에서 밑줄친 대사로 대신한다.

 

“오늘 또 여러분들의 기분이 어떨지 잘 알고 있다. 긴 말 하지 않겠다. 단,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 -1권 47p

 

“학교를 다니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만이 아니라 한평생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해 내기 위해서다.by교육가 닐” -1권 49p

 

“공부는 무엇을 많이 알게 위해서 하는 것만이 아니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다.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딱 한마디로 하자면, 나만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하는 것처럼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그 남도 위할 줄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예의를 몸에 익혀야 하고 기본 교양을 갖춰야 한다.” - 2권 87p

 

“예, 사람들은 서로 얼굴이 다 다르듯이 개성과 능력도 다 제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직종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소질과 재능 그리고 욕구에 따라 자유롭게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도 그 선택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 2권 226p

 

2.공교육 폐해의 가장 큰 원인은 학부모의 왜곡된 욕망이다.

책에서 나오는 엄마들은 모두 자식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그려낸 사랑은 왜곡된 사랑이다. 자녀들은 그 사랑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친다. 자녀들은 잘못된 ‘성공신화’를 강요받고 있는게 아닐까. 책속에 등장하는 부모들도 현재의 학벌사회와 무한경쟁식 입시제도에 모든 책임을 돌리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교육시장을 전전하다. 어쩌면 오늘날 부모들도 학원을 보내며 자녀사랑을 충실하게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그것이 자녀를 위하는 길이 아닐 수 있음을 책을 읽고 깨닫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자녀의 진정한 행복을 원하는 부모라면 책에서 그려낸 왜곡된 사랑에 빠진 부모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해보면서 정직하게 직면하고 스스로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엄마들이 일으키는 사교육 무한 경쟁의 광풍은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아이의 입시 경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경탄스러운 금언까지 만들어내며 해가 바뀌고 바뀌어도 기세가 꺾일 줄을 몰랐다.”-1권 41p

 

“엄마들 사랑? 그거 자식들 죽이는 독약이에요.” - 1권 114p

 

“아저씨, 아무것도 모르면서 문제아라고 하지 마세요. 문제아라 가출하는 게 아니에요. 가출할 이유가 있으니까 가출하는 거지.” - 2권 106p

 

책에서는 주옥같은 시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시들은 모두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를 돌아보게 만들며, 우리 자녀들 각자 각자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들이다. 오래만에 시 한편을 암송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권 77p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박노해

2권 162p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2권 213p 풀꽃 - 나태주

2권 311p 우리나라 꽃 - 김용택

 

또한 책에서는 학생들이 ‘듣기 싫은 말’과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해주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3.혁신학교와 대안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의 희망을 꿈꾼다.

친구 유현우의 아들 유지원은 입시교육과 경쟁교육에 지쳐 자살을 생각한다. 이를 상담해준 것이 강교민이었다. 강교민 교사는 친구의 아들인 유지원을 대안학교로 갈 수 있도록 친구 유현우에게 권한다. 작가는 대안교육이 우리 교육의 또 다른 희망임을 말하고 있다. 대안학교 자체에 대한 예찬이 아니다. 대안학교의 교육방식을 공교육에서 과감하게 들여와 바뀌지 않는 주입식 입시교육을 공교육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고 보였다. 대안교육은 독서교육, 토론교육, 인성교육등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교육방식을 추구하는 혁신학교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3대정신은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곱씹어야 한다.

 

"인생살이에서 공부란 취지에 따라, 필요에 따라 적당하고 알맞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무한 경쟁이라는 황당한 깃발을 내걸어놓고 서로 1등 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교육 광풍을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체력 낭비고, 금력 낭비고, 국력 낭비고, 인생 낭비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이 주인이고,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좋아하는 길로 가도록 도와주십시오. 그게 부모의 참된 역할입니다. 해마다 일반학교의 자퇴생들이 7만여 명입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대안학교가 300여개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건 개성을 무시하고 성적만 중시하는 공교육의 실패를 입증하는 동시에, 대안학교가 그야말로 교육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저는 대안학교를 권하고 싶습니다." - 2권 283p

 

“여기가 또 한 가지 좋은 건 말야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는 거야. 난 집에서는 읽고 싶은 책을 거의 다 못 읽었거든. 우리 엄마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철저히 막았으니까. 근데 여기서는 모든 과목 선생님들이 다 똑같이 독서, 독서를 권장해. '책 속에 길이 있다'하시면서. 그 말을 입증해 준 게 그 유명한 IT의 왕자 빌 게이츠잖아. 빌 게이츠는 어느 고등학교 강연에서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내 성공의 비결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독서 습관이었다'고 말했거든. 여기 도서관에는 좋은 책들이 아주 많아서 난 밤에는 거의 책을 읽으면서 보내." - 2권 292p

 

“혁신학교의 3대 정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경쟁 아닌 협력','주입 아닌 토론','배제 아닌 배려', 그 세 번째 정신에 의해서 자신은 지옥에서부터 천당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었다.” - 2권 321p

 

4.교사 한 사람이 희망이다.(깨어있는 교사, 학생을 믿어주는 교사, 묵묵히 한 길 가는 교사)

저자가 한 토크쇼에서 밝혔듯이 주인공 강교민은 ‘강력한 교육민주화’의 필요성에서 나오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강교민을 통해 저자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강교민 교사는 깨어있는 교사였다. 정부의 방침에 순응하거나 교장의 말이라고 무조건 ‘네’라고 하지 않았다. 정말 교육적인지 고민했고, 나름대로 그것이 불의하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그는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나갔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일단 시작하고, 부딪치고, 흔들어대니까 결국 변하게 되더라구.” - 1권 16p

 

강교민 교사는 학생을 믿어주는 교사였다. 학급에서 폭력사건에 연루된 이상규 학생을 변호한다. 왜 폭력사건에 연루되었는지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었다. 그럼에도 이상규 학생이 다시 폭력사건에 연루되었지만 끝까지 학생의 입장에서 변론했다. 그는 학생의 변화가능성을 믿는 교사였다. 2권에 나오는 임기범 선생님 역시 학생들을 믿어주는 교사였다.

 

“임기범은 제자 송채연을 대할 때마다 '사람은 열 번 된다'는 우리의 속담이 얼마나 예리하게 정곡을 찌른 것인지 다시금 감탄하고는 했다.한 번의 용서가 사람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교육의 효과를 나타내는 동시에 교육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그 속담은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용서는 열 번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 2권 324p

 

이재균 선생님은 대장장이를 꿈꾸는 아들 최윤섭의 진로를 바꾸길 원하는 김선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 죄송합니다. 제가 교육 현장에 있는 자로서 이번 일에 대해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거 한 가집니다. 세상에서는 성공한 인생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하고, 또 누구나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성공한 인생이란 다른 게 아니라,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해나가고, 그리고 사는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 2권 230p

 

대안학교나 혁신학교도 결국 강교민, 임기범, 이재균 같은 교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자리는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을 요구하는 깨어있는 자리이다. 교사는 학생의 변화가능성을 실패하더라도 믿어주는 자리이다.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자리이다. ‘교사’라는 두 글자의 단어가 갖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교사가 ‘풀꽃도 꽃이다’를 일독하며 학교현장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출발은 어디서부터 일까. 바로 교사들이 맡고 있는 교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책 후반부에 소개한 한 시로 서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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