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55)

 

국내에서 잠깐이라도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이 있다고 하면 저는 일단 그 소설은 위시리스트에서 제외시킵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이랍시고 기대하고 읽었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 따지지 않더라도 그런 소설이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 속에서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나마 읽게 된다면 원치 않게 아주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는 경우 뿐인데, 최근 영화로도 개봉해서 화제인 <도가니>는 꽤나 인상깊게 읽었고, 조선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를 그린 <덕혜옹주>는 읽는 중에 뭔가 의아해서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어딘가에 고이 모셔놓은 상황이네요. 이 책도 우연이라면 우연인데, 어느 도서 정보 사이트에서 진행중인 책 경매를 통해 우연히 관심을 가지고 받아서 읽어보게 됐습니다. 역시나 확률은 반반.

 

처음에는 이 책도 '괜히 골랐나' 싶었습니다. 입소문과는 다르게 시작부터 진도가 잘 안 나가더라구요. 시작부터 뭔가 주인공과 관련되서 문제가 하나 생겨서 오히려 바로 몰입하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스타일의 소설이라서 시작부터 갈팡질팡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도입부를 지나 계속 꾸역꾸역 읽어가다보니 신기할 정도로 점점 몰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점층적으로 이야기의 몰입감이 상승하더니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정말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속으로 막 이리저리 날뛰면서 흥분까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반신반의하던 초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2권에 대한 기대를 잔뜩 갖게 만들어버려서 다 읽고 나서야 '정말 대단하네' 싶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시리즈를 두고 왜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쓰는지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언급되는 소재들이 결코 친숙하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밀레니엄'이라는 이름의 잡지사에서부터 밀실 살인, 강간, 해커, (방예르 가문에서 언급하는) 역사나 정치, 경제 등등이 하나같이 여태까지 읽어왔던 소설에서는 접하지 못했던(물론 이건 제가 소설을 얼마 읽지 못한 탓..)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페이지를 저도 모르게 술술 넘기게 됩니다. 거기에는 아무래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하는 깔끔한 묘사의 덕이 컸다고 봐야겠죠. 묘사의 힘은 스토리에서만 빛을 발하고 끝나지 않고,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도 상당히 큰 공을 세웁니다. 침착한 성격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밀레니엄 잡지사의 공동 창립자 미카엘과 방예르 가문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자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헨리크, 그리고 감초와 같았던 그 밖의 조연들까지.. 하지만 가장 돋보였던 캐릭터라면 역시 천재 해커로 나오는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꼽을 수 있는데, 범상치 않은 외모부터 시작해 이 친구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잔뜩 집중을 하게 됩니다. 후반의 어떤 장면에서는 정말 압권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

 

스토리를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쓰려다보니 이번에는 정말 할 말이 딱히 생각나질 않네요. 한 마디로 탄탄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잘 다듬어진 캐릭터의 조화가 저로 하여금 2권을 꼭 사야겠다 싶게 만드는 엄청난 파워의 소설입니다. 지금 당장 2권을 구입해서 읽는건 때도 좀 아니고 해서 힘들 것 같고, 수능 끝나면 기회 잡아서 또 버닝을 해야겠죠. 5단계 구성(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중에 이제 한 전개 쯤에서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지금까지도 이 정도라면 2권에서는 또 어느 정도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잔뜩 되는 바입니다.

 

ps. 읽어야 되는 건 많은데 읽고 싶은 건 더 많으니 이건 참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은 아닌 것 같아요. 얼른 수능이나 끝이 좀 났으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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