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652)

 

소설 창작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고부터 읽을 작품을 찾을 때마다 재미있는 소설을 계속 찾게 되었는데 이 책은 좀 달랐습니다. 관심을 가지게 된 1순위는 작가였죠. 손미나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나 하고 찾아보다가 예전에 가족오락관 등의 프로에서 MC를 했던 KBS 공채 아나운서였다는 걸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아나운서 활동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면서 에세이를 몇 편 내시다가 이번에 첫 소설을 선보이셨다 하니 알듯 모를듯한 끌림으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나름대로 운명이라면 운명일까요. 어디까지나 재미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호기심만으로 접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두 쌍의 남녀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점차 만들어가는 식의 이 작품은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가면서도 저로 하여금 흥미를 갖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법 진중한 분위기를 생각했던 저는 여기에서부터 뒤통수를 살짝 얻어맞았죠. 훈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에 미궁에 빠진 어느 사건 하나를 가미하여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대로 풀어내어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했습니다. 여기에는 작가의 경험과 에세이 집필로 다듬어진 문체를 통해 머릿 속에 저절로 영상이 그려지는 묘사력의 덕택이 상당히 컸다고 생각해요. 뒷표지에 민규동 감독님의 짤막한 추천사를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긴 하겠다' 싶을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작인만큼 작가만의 특성도 드러나있지만 단점도 역시나 숨김없이 잘 드러나있다는 발문의 내용처럼 이 소설에도 단점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애석하게도 이야기의 문제인데, 운명같은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 운명이 너무나도 우연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고는 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운명같은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 중에 우연성 없는게 어디있겠느냐 싶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와 만나는 족족 "어? 이거 사실 뭐시기뭐시기 했는데?"하는 식으로 몰랐던 사실들이 굉장히 직설적으로 죽죽 밝혀지기만 하니까 제대로 '운명'과 같은 이야기를 원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자주 보이는 문제였는데,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드라마처럼 대사 읊듯이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건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를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담담하게 묘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경찰이 쫓아오고 있는데 어떡하지? 이대로 잡히면 모든 게 끝장이야!같은 표현보단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바짝 추격해오고 있었다. 이대로 잡히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같은 표현이 더 소설스럽고 덜 어색하지 싶어요.

 

그냥 철저하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소설을 읽던 때에는 그냥 다 재미있고 딱히 아쉬운 점 없고 그랬는데 이제는 이런건 좋고 저런건 별로다 하는 게 읽다가 바로 느껴져서 기분이 되게 묘하네요.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는 듯이 리뷰를 썼는데, 그래도 등단하지 않은 프리랜서 작가님의 첫 소설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꽤나 만족스러웠던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경쟁이 꽤 세다고 하는 아나운서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면서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니 그 완성도는 조금 아쉽다고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분야에서건 간에 하고 싶었던 것 열심히 하며 사시길 바라고 혹시라도 언젠가 나오게 될 다음 작품을 나름대로의 기대를 담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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