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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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라고 해서 추첨을 통해 뽑히면 공짜로 신청 물품을 받고 정해진 시간 안에 리뷰를 쓰는 활동을 하는 게 있습니다. 이번에 어느 도서 커뮤니티에서 이 책에 관심이 가서 서평단으로 딱 신청을 했는데 얼떨결에 딱 뽑혀버렸네요. 일단 뽑혔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과연 책을 받아서 정해진 기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습니다. 본래 저같은 경우는 아무리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도 최소 사나흘은 가는지라 이번 책에 대해서는 기대반 걱정반이었지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책이 도착하고 딱 읽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러 다 읽어내니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1958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이 정도면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정도인데 분명히 고전인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 제법 재미있습니다. 아니 제법도 아니고 상당히 재미있어요. 추리소설을 읽는건 지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라서 사실 거의 까막눈에 가깝다는 점과 바로 위에 언급한 고전에 대한 거부감이라던가 그런게 있을법한데 딱 첫페이지부터 스믈스믈 읽다보니 확 삘이 꽂히더라구요. "이거 의외로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하면서 말이죠.

본격추리소설의 정의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사건(대부분이 왠만해서는 살인사건인 듯)이 터지고 그 사건은 갈수록 미궁에 빠지지만 나중에 가서 결국은 시원하게 풀리고 마는 형식인 것 같은데 이 소설을 딱 읽고 나서는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의 시험을 몇 십분 동안 보고나서 시험지 걷고 몇 분 뒤에 선생님이 답지 나눠주셔서 그걸 보고 답을 맞추는, 딱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유키 형사와 겐모치 경감, 그리고 리라장을 찾은 학생들은 누가 범인이고 범인이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 유추해보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후반부까지 계속 이런식으로 전개가 되면서 생기는 나름의 공포감과 서스펜스로 인해 저로써 하여금 상당히 높은 몰입감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호시카게라는 아마추어 탐정이 등장해서는 정말 답지처럼 미궁 속에 빠져있던 사건들을 하나하나씩 시원하게 풀어갑니다. 범인이 밝혀지고 이곳저곳에서 사용된 트릭 또한 밝혀지면서 머릿속은 뻥 뚫리고 범인이 세운 교묘한 트릭에 새삼 감탄하게 되더라구요.

국내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본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본격의 신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 문체가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세심한 상황 묘사와 심리 묘사를 보여주었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 슬며시 남겨지는 교묘한 복선으로 인해 나중에 가서 유키 형사 일동처럼 아주 뒤통수 확 후려맞은 듯이 놀라게 되더랩니다. 한가지 놀라운건 이 책의 뒤에 창작노트라고 해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파트가 있는데, 거기서 이 작품을 쓸 때 플롯이나 트릭을 구성하는데에서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고 대부분 머릿 속에서 술술 나왔다고 합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보니 확실히 본격의 신이라고 부르는게 정말 허언이 아닌 듯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소설은 1958년에 나온 고전 추리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은 이번이 두번째고 거기서 또 본격추리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고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미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온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떨지 감이 잘 안 오네요.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이 소설은 고전이라고는 하지만 그 점을 알고 보지 않아도 딱히 의심하기가 힘들 정도로 상당히 구성이 탄탄하고 캐릭터도 뚜렷하고 트릭도 깔끔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정말정말정말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에 그토록 몰입을 할 수 있었던 점에는 딱 현대식으로 구성된 전반적인 책 디자인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이 책이 지금이 아니라 한 10년 정도 전에 나왔다고 한다면 과연 지금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아, 이건 너무 취향 타는건가(?).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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