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이전에 읽었던 '피리새'를 너무 오랜 기간동안 붙잡고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비교적 빨리 완독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실제로는 어떨련지 모르겠지만은. 흠흠, 아무튼. 이번에 판타지를 끝내고 선택한 건 다름아닌 미스테리...? 추리...? 책을 읽기 전에는 대강 그런 장르로 알고 있었는데 다 읽고 나니까 그 쪽과는 잘 안 맞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굳이 따지자면 드라마에 가깝겠지만, 애초에 소설 장르에 드라마라고 분류되어있는 건 없으니..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표지였습니다. 슬픔에 젖어있는 한 여자의 얼굴과 함께 '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라는 문구가 제법 인상적이었거든요. 또 하나는 이 소설에 남긴 갖가지 평들 중에 하나였는데 '비록 후반부가 60점짜리라 해도 전반부의 몰입감은 250점짜리다'라는 평을 보고 가끔은 이런 소설도 읽어봐야지 싶어서 딱 집어들었죠. 비교적 빠르면서도 최대한 느릿하게 읽어보니 역시나, 그 말이 허언이 아니더래요.

이 이야기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메인 사건의 범인인 쓰즈키 노리오의 상신서를 제외하고는 전부 전지적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실 전지적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의 전개를 세세하게 서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그와 동시에 주인공인 가나코의 내면 심리 묘사도 꼼꼼히 묘사가 되어있어서 기존에 읽었던 소설들과는 좀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막상 가장 몰입감 있게 읽었던 부분은 1인칭으로 서술된 상신서의 참극 묘사 파트였지만, 그 뒤에 가나코가 살인범의 딸인 미호와 만나 신분을 숨기며 사건을 벌이는 파트도 전반부의 그 파트에 비해서일 뿐이지 긴장감은 제법 있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평가처럼 제가 점수를 따져본다면 전반부 100점, 중반부 65점, 후반부 80점 정도? 상신서 바로 뒤에 나오는 8년 뒤 배경 설명이 조금 지루했던 것만 빼면 확실히 긴장감이 느껴졌고 몰입감도 좋았습니다.

뭔가 쓰다보니까 내용을 참 정리하기가 힘드네요. 요 몇 주간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확실히 재미나면서도 울적한 기분으로 읽긴 읽었는데 말이에요. 이쯤에서 정리해보면 전반부에 묘사된 참극의 현장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해서 미약하지만 꾸준히 긴장감을 유발하는 딴딴한 스토리가 개인적으로 꽤나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탁월함과 동시에 플롯 위주의 묘사도 잘 되어있어서 심리 묘사 위주인 한국소설과 플롯 서술 위주인 외국소설의 스타일이 약간 혼합된 듯한 독특한 느낌을 주었던 소설입니다.

참고로 작가 분은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의 원작도 쓰셨던 분이라 국내에서도 꽤 유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44세의 나이로 자살하셨다고 하셔서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도 합니다. 44세면 작가로써는 아직 팔팔할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일찍 가신 것이 저로써도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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