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게이 라이프
정욜 지음 / 나름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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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외국처럼 동성 결혼을 인정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성 정체성 고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이길 바란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

만약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들의 삶은 더 나아질 것이다.

나에 대한 긍정은 차별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 순 없다.

 

내가 친구사이(한국게이인권단체)를 알게 된 건 2009년 개봉한 영화 <친구사이?>를 통해서였다.

-<친구사이?>는 그동안 숨겨왔던 주인공의 성정체성을 엄마가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이다.

그 전까지 나는 동성애자들의 삶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었고 그저 무관심했다.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 친구사이?를 보게 되면서, 영화로 인해 알게 된 지보이스 공연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바뀌었다.

그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 응원하고 싶다고.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됐다.

 

온전히 '나'로 살기 위해 커밍아웃한 <종로의 기적> 주인공 정율.

감염인인 석주와 함께 살며, 10년째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감염인에 대한 벽은 성소수자들에게도 견고한가보다.

그가 감염인과 함께 한다고 밝혔을때 찬성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하니.

에이즈는 그냥 에이즈구나 싶었는데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HIV감염인, HIV감염인 중 면역기능이 저화되어 에이즈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상태의 환자를 에이즈 환자라고 한다고 한다.

예전에 에이즈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서 대부분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 지식은 한참 모자라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한테 그 사람 마음에 상처를 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런 당연한 것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신이 간과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 안고가야할 상처가 될 지도 모르는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 순 없다.

사랑하며 살아야한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권하면서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된다니 너무 모순이다.

사랑은 하되 상대는 정해준 사람과 하라?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건데 그 좋은 것에 왜 이리 따지는 것이 많은건지 모르겠다.

마음이 죄가 된다는 건 너무 아픈 일이다.

이해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이해할 수 없다면 마음을 죄로 만들지만은 말았으면 좋겠다.

한국만은 그런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감추고 살아가는 것도, 꺼내어 드러내는 것도 힘든 일이다.

적어도 아직 성소수자들에게는 그런 것 같다.

부모님, 친구, 지인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챙겨야하니까.

난 드러내는 사람이 많을 수록 사회가 달라진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부모님에 대해서만은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의 부모님이 그러하시듯, 부모님은 결혼하고 아이 낳아 알콩달콩 하게 사는 것을 원하실테니.

'평범=남들처럼 사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평범의 정의라면 부모님은 당연히 이걸 바라실 거 같다. 

동성애자가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이성애자가 될 수있는 게 아니듯 부모님이 그런 마음을 가지시는 것을 말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자식이니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단순한듯 하지만 복잡한 거니까.

 

그의 인생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

결말이 어떻든 네번째 커밍아웃을 준비한다는 그의 삶을 응원한다.

언젠가는 그의 바람이 가족에게 닿아 그를 이해하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희망이 이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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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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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희를 절대로 용서 못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그렇게 못하겠으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속죄를 하라고.

그것도 안 하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거야.

난 너희 부모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권력이 있어.

내가 기필코 너희들을 에미리보다 더 처참하게 만들어 놓을 거야.

에미리의 부모인 나한테만은 그럴 권리가 있어."

 

마을에 공장이 생기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도시에서 온 아이와 시골에 있던 아이는 함께 어울리게 된다.

에미리의 환경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친구인 척 어울리는 사에, 마키, 아키코, 유카

공기가 깨끗한 마을은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변하게 되고.

그 살인사건의 당사자가 된 네 명의 소녀.

그 이후 그들은 함께 어울리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네 명의 고백, 속죄로 책은 시작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인 채로 살고있는 네 사람.

함께 어울렸더라면 달라졌을까.

각자인 채로 살아갔던 그들의 끝은 너무도 같았다.

 

어린 아이가 겪어서는 안 될 사건을 겪었을때 모두가 도와주었어야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부모님은, 주변은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누군가 한명이라도 그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더라면 그들이 살아온 15년이 암흑이진 않았을 것이다.

딸을 잃은 엄마의 마음. 그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살인사건을 겪었을 네 명의 아이에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런 폭언을 퍼부어야했을까.

너희는 살인자라며, 얼굴을 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냐며, 공소시효 전에 범인을 찾아내 속죄하라고.

그 말이 15년 동안 그 아이들을 얼마나 옥죄였을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백하던 에미리의 엄마는 내가 보기엔 너무 이기적이었다.

그냥 잊고 살 줄알았다는 그 이기적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본인때문에 야기된 일인데 그래서 4명의 인생이 무너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속죄해야 할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싶었다.

그래서 좀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고, 너희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지 못해서 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그녀 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말이 마음에 들긴 했다.

 

그 사건을 해결해내지 못한 데에 대한 속죄가 아니라, 사실은 에미리에 대해 속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혼자 가게 해서, 15년 동안 미안하다 말하지 못해서, 자신들의 속죄에만 신경쓰느라 에미리를 기억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에미리에게, 이미 떠나버린 그녀에게 속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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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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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하는 카모메 식당을 보았다.

영화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언제나 영화보다는 원작이 더 좋게 다가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내 예감이 빗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덕분에 영화도 다시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회사의 식품개발부에서 일을 하던 사치에는 10년을 일한 끝에 드디어 자신만의 가게를 열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은 소박하고 어느 누구나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식당.

핀란드에서 가게를 열기로 결심한 사치에에게 닥친 문제.

그것은 자금문제였다.

평소 운이 좋았던 사치에는 무모한 도전, 복권을 구매하고. 그것이 당첨되어 헛된 꿈이 될 수도 있었던 가게를 열 수있게 된다.

손님 하나 들지 않는 가게를 열심히 닦고 또 닦으며 사치에는 하루를 보내고.

그런 하루가 오래 지속되어도 사치에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카모메 식당의 또 다른 하나가 될 미도리와 마사코도 만나게 되고......

 

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도 따로 나뉘어져 있어서 핀란드로 오게 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핀란드에 왔지만 카모메 식당이라는 공통점으로 한데 모이게 된 세 사람. 

이렇게 알콩달콩 세 사람이 꾸려나가는 가게를 보면 나라도 한번쯤은 들르고 싶을 것 같다. 

음식은 소박하지만 맛있고 격식 차릴 필요도 없고 잠깐 동네 마실 다녀오듯이 다녀올 수도 있고 그야말로 꿈의 가게가 아닌가. 

일본 오니기리는 핀란드인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 했지만 편안한 분위기만은 그들을 사로잡은 듯 하다.

커피숍이며, 식당이며 모두 짜맞춰놓은 듯한 가게가 많은 요즘 딱 필요한 식당.

무언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들르면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함이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카모메 식당을 너무 좋아하는 어떤 팬이 쓴 일기같기도 하고.

세 사람의 과거가 자세히 쓰여져있는 느낌이라 유명해진 카모메 식당을 취재하러 온 기자가 쓴 책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카모메 식당을 통해 그녀들은 새 삶을 찾았고 즐거움을 찾았고 다른 그녀들을 찾았다.

아마 세 사람은 이 이후로도 그 곳에서 물 흐르듯 살아가지 않을까.

그녀들의 진짜 인생을 찾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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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과 이지연 - 여자들이 원하는 로맨스의 모든 것
안은영 지음 / P당(피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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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깃털을 가진 비둘기 한 마리가 목동 버스정류장을 푸드덕 날아올랐다. 아냐 아냐. 날개 달린 것들은 죄다 싫어. 또박또박 걸어야지.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아직은 스물일곱이다. 내년에 스물여덟이 되고, 십 년 후에 서른일곱이 되면 어떠랴.
나는 언제건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할 생각이다. 모든 것에 온당한 시기란 없을 것이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바람직한 때다. 이십대가 막 저물어가는 내리막을 거치면 새로운 오르막이 시작된다. 서른이 되면 나는 지금보다 더 멋져 있을 것이다.'    

 

거쳐 나아가고 있는 지금의 20대 곧 거쳐야 하는 30대의 모습을 스물일곱의 이지연과 서른 넷의 이지연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여자인 나도 정확히 모르는 여자들의 마음을 콕 찝어주어 쪽집게 도사를 만난듯한 느낌이었다.
20대인 내가 모르는 30대의 모습을 훔쳐보는 느낌
미래의 나를 만나고 온 느낌이랄까. 

 
모든 여자 안에는 '이지연'이 있다.
내 안에도 '이지연'은 존재한다.
스물일곱의 이지연과 서른넷의 이지연이.
다른 이지연들과 유독 닮거나, 혹은 유독 독특한 이지연이
내안에도 물론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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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직딩 2008-10-2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너무 감사드려요, 마음에 드는 구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