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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그림책 - 아이들과 함께한 그림책 시간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21년 3월
평점 :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는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로 마음속에 남겨져 있을까? 엄마가 의무감으로 읽어주는 이야기책이 아닌, 아이들이 온전히 받아들여 자기만의 세상이 되는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과 함께 한 그림책 시간- 너는 나의 그림책 :황유진 지음>

이 책의 작가는 문학을 전공한 뒤 어른들을 위해 그림책과 글쓰기를 강좌하며, 부모들을 위해 그림책 읽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들이 읽을 그림책들을 많이 샀던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던 걸까?'
나도 단행본 보다는 전집을 들였던 터라, 많은 권수 중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몇 권 안된다는 것을 아마 다른 엄마들도 알 것 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 엄마 입맛대로 몽땅 들여놓고 다 읽기를 바란건 엄마의 욕심이겠지?
그림책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저 꼭 들여야 하는 필수 전집들만 보게 되는 나.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여러 책들을 살피는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었을까?
물론 좋고 나쁜 책을 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가고, 재밌어 하는 책들을 보니 어쩌다 한권씩 얻은 단행본책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와 아이가 연결이 되는 그림책의 힘에 대해서 공감이 가고, 따뜻한 마음과 부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요구에 감정적으로 지친 나는, 아이에게 내 말을 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내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딱히 아이가 아니라도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이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이 아기뿐이니 그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다.
그때 우리 둘 사이의 다리가 되어준 것이 바로 그림책이었다. 아무 장이고 펼쳐놓고 내용과 상관없이 그림을 두고 이야기 하다 보면, 이야기는 풍선처럼 저 너머 어딘가로 날아갔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힘든 시기가 있다. 이 시기에 작가는 그림책으로 자신의 감정을 치유하고 자신을 온전히 일으켜 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아이에게 같이 그림책을 보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때를 생각해보면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과한 표정과 몸짓,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여러 노래와 표현의 언어들.
조금만 들려줘도 아이는 뭐가 웃긴지 깔깔 웃으며 또 해달라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이 실린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아이둘을 키우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과,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과 많은 교감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공감도 되기도 했고, 괜스레 눈물이 나기도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나도 참 눈물이 많은 편이라 아이들의 동화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작가도 그러한 책이 있다니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그림책을 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하는 깊은 공감과 위로의 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많은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의 감정을 살피고 기꺼이 책과 아이들의 세상이 연결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책과 아이들의 연결 고리를 이끌고, 아이들의 마음을 지켜주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많은 그림책들이 나오는데 작가의 아이들과 책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한번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사랑하여 반복해서 읽은 책은 안정감과 즐거움으로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을 위무하고 지지해준다. 하니 그런 경험을 부모가 미리 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많이 읽었으니 다른 책을 가져와, 이제 네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야, 아기 때 읽던 책은 이제 버리자. 그런 말들을 조금 더 참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이야기 뿌리는 아직도 더 깊이 더 멀리 뻗어나갈 필요가 있다.
내 이야기인 듯 뜨끔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이렇게 차분하게 적어두었다니 또 반성해본다.
나도 아이들이 2살 터울이라 같이 책을 읽혔는데 어느 순간부턴 큰 아이 수준에 따라 책을 들이게 된 것 같다. 아직 둘째가 읽을 책인데 책장에 자리가 없단 이유로 예전의 책들을 버리는 바람에 둘째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책을 고르지 못한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아기땐 책 읽기 무지 좋아 했는데 지금은 책에 관심이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보며 둘째를 위한 책을 좀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서툴게 답을 구하고 있는 처지이긴 해도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책을 읽는 아이의 표정을 잘 들여다보라고, 그림책 주인공의 감정을 아이가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아직 세밀하게 분화되지 않아 단순해 보이지만,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첫째가 <숲속으로>에서 낯선 곳이 자아내는 두려움과 공포를 읽어내고, 둘째가 <달님, 안녕>을 읽으며 좋아하는 대상이 사라질때의 안타까움을 겪어내듯이.
책으로 아이의 감정을 끌어내는 일. 그림책에 감정이입을 하며 온전히 책을 느끼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책을 통해 많은 감정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어린아이도 그림책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감정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는게 좋은 것 같다.
많은 에피소드을 통해서 그림책을 통해 보는 아이들의 순수한 세상들을 엿볼 수 있었고 , 작가의 육아에 대한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이웃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아서 인지 한구절, 한구절 마음속에 와닿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단순히 그림책과 함께한 엄마와 아이들의 시간이라기 보다는 폭 넓은 육아와 엄마의 마음가짐, 자세들을 담고 있어서 위로가 되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너희는 어떻게 알아? 좋아하는게 뭔지, 좋아하는 게 어디에 있는지?
먹다 보니 알게 됐다냥, 하다 보면 뭐가 좋은지 알 수 있다냥.
-김지안,<내 멋대로 슈크림빵>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글과 그림. 어쩌면 어른들도 한번씩 그림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한번 씩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면 괜시리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는 이유도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내면의 아이가 치유가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건강한 마음, 따뜻한 마음, 세상을 꾸밈없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고 싶다. 그러기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직접 고른 책들을 맘껏 읽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겨진 현실적인 육아 이야기들에 울고 웃으며 따뜻한 위로의 말과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좀 더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고, 아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책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에 걱정이 많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어떠한 것인지?
이 책은 10년간 아이들과 부대끼며 그림책을 읽어온 우리네 이웃 엄마가 쓴 책이기게 더 깊게 와닿았으며 그 어느 전문적인 책들보다 현실성과 공감을 담아내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를 온전하게 바라 보게 해주는 책인 것 같아 많은 부모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으로 추천한다.
<리뷰어스 클럽 카페 회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