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심약하다’는 간결한 비난(15p). 『펀치 드렁크 픽션』의 화자이자 소설가인 ‘정원‘은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이 지나치게 심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격투기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맞고 때리고 버티는 몸을 가진 사람들. 정원이 보기에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온 소설 속 인물들보다 훨씬 강인했으니까요.하지만 정말 그럴까요.『펀치 드렁크 픽션』은 강함과 약함을 나누는 익숙한 기준을 의심하게 만드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어요. 몸이 단단하다고 해서 마음까지 강한 건 아니고, 쉽게 상처받는다고 해서 삶에 무력한 것도 아니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심약하다’고 부르는 감각은 타인의 고통과 세계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는 가장 예민한 감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이 소설에 서술된 ‘펀치’는 단순히 격투기의 주먹만을 뜻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누군가에게 세게 맞고, 또는 세계에게 한 방 얻어맞고, 그 충격을 견디며 살아가는 일. 그리고 그 충격을 다시 언어로 옮기는 일. 『펀치 드렁크 픽션』을 읽으며 인간이 얼마나 쉽게 상처받는지, 또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돌려주는지를 생각해보게 됐어요. 정당화할 수 있는 혐오가 있을까. 미움과 혐오가 뒤엉켜 생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내가 사는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메타 픽션이라는 설정도 재밌었고, 또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문장들 덕에 픽픽 웃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격투기 체육관 코치인 ‘조성’과 무언가를 주고받는 동안 생겨버린 비밀들에 대해, 웃음과 헛웃음을 번갈아 지으며 마냥 가볍지만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펀치드렁크픽션 #서장원 #위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