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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헤이트: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마로니에북스, 최인철•홍성수•김민정•이은주•최호근•이희수•한건수•박승찬•전진성
<헤이트>는 혐오의 개념과 메커니즘, 역사,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을 다루고 있다. 혐오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부터 시작해 새로운 관점으로 혐오를 바라보게 하며, 익히 알고 있(으나 사실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세계사를 혐오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심각한 양극화의 시대다. 남자와 여자,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기독교와 비기독교, 이슬람과 비이슬람, 성인과 미성년자, 진보와 보수, 부자와 서민... 집단 간의 양극화가 이토록 극단적인 시대가 또 있었을까?
혐오의 본질은 결국 '내가 아닌 자들' 혹은 '나와 다른 자들'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내가 속한 집단이 반드시 옳다'는 그릇된 인식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 왔다. <헤이트>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 결과, 전자는 '극단적인 공감'의 영역이고 후자는 '집단 극화, 확증 편향'의 영역이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말하라 하면, 아주 많은 사람이 '공감의 재해석'을 꼽을 것 같다. 공감이 내집단에 대하여 과하게 작동하면 그 부작용으로 타집단에 대한 혐오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01장). 혐오의 대책으로 공감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오히려 공감의 지나친 강조야말로 혐오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역설. 공감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누구나 주류성과 비주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86p). 교양 과목 <성과 사회>에서 배운 '횡단의 정치'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한편 집단 극화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정보를 교류하다 보면 더 극단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80p). 각종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시가 된다. '끼리끼리' 모여 있으면 점점 더 '끼리끼리'로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고가 확장되지 못하는 것이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이 기존에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기 생각에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것(82p)을 말한다. 나와 나의 내집단이 무조건 옳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차이를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헤이트>를 읽으며 혐오의 본질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홀로코스트, 이슬람포비아, 인종주의,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반유대주의와 반공주의 등 혐오를 기저로 발생한 거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배움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서평단 신청 댓글을 쓸 때, 누군가 '혐오도 정당한 자기 표현의 일부이다, 건강한 혐오에 대해 알고 싶다'라고 적은 댓글을 보았다. 거기에 '혐오라는 단어의 한자와 뜻을 잘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라고 답글을 달았었다. 그분이 내 인스타그램을 당연히 보실 일은 없겠지만, 그분을 위한 마음으로 인용한다. "혐오와 차별은 그 자체로,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65p)"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악이며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혐오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