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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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아사코, <버터>, 권남희 옮김, 이봄 출판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로 읽은 첫 일본 소설이다. 나미야 잡화점은 워낙에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라서 한 번 읽어나 볼까 하고 읽은 거나 다름없어서, 사실상 나의 첫 일본 소설 입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나는 괜히 일본 소설을 꺼려왔는데, 첫 번째는 다케시 군 따위의 이름이 너무나 어색하고 몰입이 안 돼서였고, 두 번째는 왠지 노재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하이큐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니, 에쿠니 가오리니, 무라카미 하루키니 유명한 일본 작가들의 이름만 알고 작품을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버터>는 나에게 혁신적인 소설이었다. 일본 소설에 기대하지 않았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재미와 몰입감, 이해도, 심지어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여성주의 서사까지.

실은 문학동네 북클럽의 '뭉클한 레터'를 통해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되었다. 팜므파탈 같지 않은 팜므파탈, 꽃뱀 같지 않은 꽃뱀. 그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쓰인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전부터 궁금했었다.

버터, 꼬마 삼보 이야기, 아버지, 스튜, 우유, 피... 은유적인 소재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서사는 사슬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은유가 이토록 많고 600쪽에 달하는 두께임에도 이 책이 페이지 터너형 소설인 이유는, 이렇게까지 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은유의 의미와 연결이 분명하고 무척 쉽게 쓰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유즈키 아사코라는 소설가에게 감탄했다. '어떻게 이렇게 쓰지'를 넘어, 나는 절대 소설을 쓰지 못하겠구나. 나는 절대 이야기꾼이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절망을 먼저 느낄 정도였다.

번역이나 교정 편집에 의아한 점이 중후반부에 꽤 자주 등장해서 몰입이 깨질 때가 있었지만, 그런 아쉬움을 제외하면 이야기적으로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이런 일본 소설을 또 만나고 싶다. 이런 여자들의 이야기를 또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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