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 비룡소의 그림동화 235
유리 슐레비츠 글.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아이들에게 겨울은 그리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추운 날씨에 바깥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음산한 풍경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계절. 짧아진 해로 인해 신나게 놀던 친구와 금새 헤어져야 할 때면 아이는 늘 아쉽기만 하다. 왠지 손해보는 듯한 기분으로 집을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겨울의 짧은 해가 아쉬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픈 책 <겨울저녁>. 폴란드 출신의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신작으로 해가 질 무렵 산책을 나온 할아버지와 한 아이의 시간을 담고 있다.


산책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지는 해가 안타깝기만한데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기대와 열망을 지닌 것 같다.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사러 가는 신사, 고양이에게 줄 먹이를 사러가는 아주머니, 친구에게 줄 디저트를 찾는 곡예사, 심지어 외계인까지 즐거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다. 해가 진다고 도시의 시간이 잠드는 것은 아니다. 

거리의 가로등과 루미나리에 장식, 상점 등에서 쏟아지는 빛은 또다른 시작을 알린다. 크리스마스 시즌인지 화려한 트리 아래에선 음악대의 연주가 한창이고 저녁 무렵 만났던 신사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한아름 안고 간다. 고양이 먹이를 찾던 아주머니도 큰 쇼핑백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아이와 함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이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사실 이 책의 매력은 이야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글 없는 그림책처럼 보일만큼 글은 간결하고 일러스트의 비중이 매우 큰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힘은 마치 인상파가 그러했듯 빛(해와 거리의 조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분위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일러스트에 있다. 


짧기에 더욱 강렬하고, 눈 밭을 비추기에 더욱 눈부신 노을의 모습, 어둑어둑 희미해지는 건물들이 따뜻한 불빛을 품고 새생명을 얻는 모습, 일러스트 속에서 발견하는 아이들의 축제 모습(*유대인의 '하누카 축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콴자 축제'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숨어있는데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나 뉴욕으로 건너가 활동한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등이 잘 표현된 일러스트는 아이로 하여금 '밤은 아쉬움의 시간이 아니라 환상적인 시간'임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금은 이국적이라 할 수 있다.

거리의 풍경이 마치 북유럽의 어느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핀란드의 산타마을, 로바니에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네 아이들에겐 이 책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준다면 일러스트 속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함께 스크래치 페이퍼를 이용해서 '저녁', '밤'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는데 아이에게 인상적인 것은 역시 '빛'이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