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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평점 :
[도서제공]
"진짜 호러는 뭘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무서운 호러일지도 모르겠다.
귀신이나 잔인한 묘사가 꺼려져서 호러라는 장르를 멀리해왔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건 어떤지 조심스럽게 추천해본다.
각 이야기의 호흡이 길지 않고, 짧은 분량 속에서도 한 편 한 편의 흡입력이 굉장하다. 또한 소재가 제각각임에도 특유의 분위기는 공유하며 '한 권'을 읽고 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단편 소설집을 읽고 있으면서도 마치 장편 소설을 달리고 있는 듯한!🏃♀️
- 여자들은 달려간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과 후회를 뒤로 하고서.
책 표지 뒷면에 쓰여 있는 문장이다. 완독 후에 다시 보는 문장이 정말 무겁게 다가온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여자들이 겪는 고통과 상실, 두려움, 후회... 호러 소설을 읽고 있음에도 슬퍼지고, 또 분노하게 되는 건 왜일까.
괴이는 비현실적이다. 귀신도, 인외도 현실에서는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 책 속 여자들에게 다가오는 공포는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 본인을,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마음은 얼마나 비참하고 원통할까.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약자의 입장에 서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시시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난 아님.)
<모자 장수와 나>
"앞날에 대한 너의 믿음을 믿어."
"두려움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오고, 용기를 생각하면 용기가 오는 거야."
모자 장수 어록집 만들어야 함... 마테 닳을 때까지 덕지덕지 붙였다🙃 모자 장수? 느끼고 싶다면 직접 확인하십쇼. 그저... 느껴...
<1월 16일생>, <나를 부르는 소리>
개인적으로 <1월 16일생>을 제일 재밌게 읽었다.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콕 집어서 얘기할 수 없는데 그냥 다 좋았다고 하면 좀 무책임한가? ㅎㅎ... 미스테리함과 마지막에 마무리 지어지는 서사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나를 부르는 소리>도 비슷한 느낌으로 정말 좋았는데요. 베리 픽 TOP2가 아닐지🤩
너무 아무것도 말을 안해주는 거 아닌가 싶은데 ㅠ 조금의 스포도 없이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
<벌레 대왕>
영달을 보고 있으면 '벌레 같은 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현실에서 마주쳤다면 정말 '벌레 보듯' 봤을 인간상이다. 웃기게도 정말 직관적으로 ______ 되어버리지만!
사람의 이야기, 약자의 이야기, 여자의 이야기, 혐오와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 그리고 희망이 있는 이야기.
끌리는 키워드가 있다면! 토속 호러의 양념을 맛보고 싶다면!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한 번 읽어보시라 감히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