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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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수현의 연애상담소’라는 제목으로 프레시안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글들 외에 다양한 내용을 추가하여 엮어낸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밀란 쿤데라의 "히치하이킹 놀이",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만나볼 수 있으며, 라캉, 바디우 등 유수한 인문학자들의 사유도 포함되어 있어 사랑에 대하여 깊이 있는 사색이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사랑을 하며 누구나 겪는 고독, 질투, 불안, 의심, 결핍 등의 문제들을 속속들이 다루고 있는 만큼 현재 사랑을 하고 있고, 사랑을 해 봤던 이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챕터는 <당신, 나를 망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이>다. 이 챕터 속 주인공인 연은 자신이 남자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었음을 헤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p.68 미워하기만 했던 그가 떠났는데 왜 이토록 슬픈지, 혹시 그를 정말로 사랑했는지, 왜 그를 그토록 구박해야만 했는지. 연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랑과 다른 악마들을 읽고 나서 오장이 끊어지도록 오열한다. 이 소설에서 낯익은 증상을 발견했고, 제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랑이 영원하다면 좋겠다만은 거의 대부분의 사랑은 언젠가는 끝이 나고 만다.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 후에 겪는 자괴감은 이로 말할 수 없다. 더욱이 그의 가치를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경우에 그 고통은 배가 된다. 


p.69 그대 때문에 태어났고, 그대 때문에 살아가고, 그대 때문에 죽을 것이며, 그대 때문에 죽어가노라. 가던 길을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당신이 나를 이끌고 온 발자국을 바라볼 때/ 내 목숨이 다하리. 나를 망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이에게 온전히 나 자신을 바쳤으니. 마침내 나는 당신의 손길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최후를 맞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그곳에./ 칼이 항복한 자를 얼마나 깊이 찌르는지 오직 나에게만 시험하도록. 


우리는 항상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후회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싶다.

행복이란 늘 내 가까이에 있었는데, 너무나 사소해서 존재가 떠나고 나서야 그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존재는 바로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닌지..

어째서 그의 소중함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하며 남은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건지. <당신, 나를 망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이>챕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쿨함이 차고 넘치는 현 시대에 사랑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책, "서가의 연인들"은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쌀쌀해진 날씨에 메말라 버릴 뻔한 감성을 말랑말랑하니 우수에 차게 해주니 말이다. 


서가의 연인들은 소설로 사랑을 읽고 사랑으로 소설을 읽는 책입니다. 사랑은 소설을 읽는 당신의 앓는 몸이며, 앓는 몸으로 당신이 읽는 소설입니다. 서가의 연인들은 앓는 몸으로 읽는 사랑의 텍스트입니다. <복도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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