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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 어느 프리랜서 번역가의 일상 회복 여행 일기
정재이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7월
평점 :
마지막 여행은, 2019년 7월 여름휴가...
마지막 비행기는, 2020년 1월 중국 출장.....
그 이후로는 사실상 일상 생활에서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를 일이 아예 없다. 아, 급속으로 충전할 때 빼고 :)
'코로나'라는 말도 안되는 이상한 바이러스가 발병되고 전세계로 퍼진 후, 내 일상에도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고, 우리 모두에게 일상 생활의 자유로움을 앗아갔다.
다달이 출장을 가고 2-3달에 한번씩 해외 여행을 가던 나에게도 답답했는데,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이렇게까지 장기화가 될 줄 몰랐던 시점에,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여러 규제들이 풀리고
콘서트, 해외여행의 자유가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고
나도 너무나도 즐기고 싶었지만, 쫄보인지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다시 재유행이 돌아오고, 늘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다니는 개미는 퇴사 후에는 꼭 유럽이나 미국을 가고 싶다며 인터넷으로만 대리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된 서평단 모집 글에, 파아란 책 표지와, 정말 너무나도 누가봐도 흔들리고 설레일 수 있는 제목에 이끌려 신청을 했더니 당첨이 되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요 며칠, 출퇴근길에 읽으면서 너무 많이 부러웠지만, 몸이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음이라도 대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였다. 헤헤 :)
'세상에. 이러다간 말 그대로 미쳐 버릴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순간, 반짝이는 전구처럼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 버튼'이 떠올랐다.
해외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를 탈 때나 누르던 바로 그 '비행기 모드 버튼'! 팬데믹이 시작되고 2년간 비행기를 탈 일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던 버튼. 결국 나는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본문에서
#throwback
여행은 추억이라는 형태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사진 하나만 가지고도 하고 싶은 말들이 콸콸콸 쏟아져 나온다. -p.18
혼자 여행하는 시간, 기회가 늘어갈수록
점점 더 셀카를 찍는 법을 잊게 된다.
그렇게 내 핸드폰 카메라 속에는 그날의 풍경, 하늘, 음식 사진들이 가득하고 그걸 기억하기 위해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 읽을 수 없더라도
비행기 타기 전에는 꼭 신문을 챙겨 타는 버릇이 있다.
평소에는 잘 읽지 못하는 신문인데,
이상하리만큼 비행기에선 잘 읽힌다.
같이 일하던 상사분의 루틴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나의 경험과 계속 오버랩이 되어 공감을 하게 되었다.
"오로지 지금 그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소중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p.56
지금이야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지만, 나는 아무래도 투박한 지도 한 장에 의지해 걷는게 좋다.
두리번 거리며, 이 길이 맞는지 보다가 잘못 들어선 길에 나도 모르게 반가운 경험을 하게될 때도 많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기다보면 그게 그렇게 돌아와서도 기억에 잘 남기 때문이다.
파란걸 참 좋아한다.
작가님도 파란걸 참 좋아하는 듯 했다.
100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Daily scenes라는 페이지에 이러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내 마음에 새로운 힘을 더해 주었던
소소하지만 다채로웠던 일상의 풍경들"
그리고 나타나는 여러 일상에서의 아름다운 사진들 :)
참 이게 그렇다.
별게 아닌 거 같으면서도, 공원에서 사람들 구경할 때 찍어든 사진, 카페에 가서 찍은 내가 마신 커피, 지나가다가 어 이쁘다 싶어 찍은 사진들.. 그렇게 별 거 아닌 일상들이 훗날에 다시 보면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
작가님은 프리랜서 번역가이다.
어쩌면 9 to 6의 삶을 사는 개미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보이는 프리랜서의 삶을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있을지 모른다.
얽매이지 않고 떠나고 싶을 땐 언제든 떠날 수 있으며, 일을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받아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일까?
하지만 실상은, 내가 팀장이 되었다 사원이 되고, 내 기준에 만족할 만한 번역이 나오지 않으면, 또 자책하고 다시 더 좋은 번역이 나올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무한 반복이라는 걸...
늘 모든 것은 상대적이기에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게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How are you today?
I am good. How ab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