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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도대체 머리 아파서 아무것도 모르겠는 정치에 대해서 좀 알고 싶었다. 너는 어느 쪽이니 하며 싸우는 게 아니라 나는 좀 덜 괴롭게 살고 싶은 한 국민으로서, 한숨만 나오는 정치뉴스를 보며 나는 국민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볼수록 괴롭고 아는것도 없어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좀 알고싶었다. 그렇게 무엇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 이 책에는 내가 언어화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 있던 느낌과 생각을, 뒤죽박죽 있었던 어떤 의견을 대신 표현해 준 내용이 많았다. 간만에 치열한 독서를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첫장에 쓰여있더 문장에 더욱 공감이 갔다.
‘우리는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미완성인 나라를 어떻게든 견뎌내며 지켜보고 있다.’
- 어맨다 고먼, 『우리가 오르는 언덕』
여전히 미완성이지만 어떻게든 완성해나가려,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과의 줄다리기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맥락이 같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86 4장 <왜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저버렸나>
4장을 읽고, 나에게 좋고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려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욕심으로 덩어리져서 정치에 영향을 끼칠 때, 그 욕심을 교묘하게 비껴가는 법을 이용하여 실현해 냈을 때, 이를 넘어 폭력과 차별로 욕심을 채울 때, 이 모든 '때'의 순간순간이 모여 기어이 파국을 만들어 내는구나 하는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p. 199
👩🏼⚖️ 반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대변해 이렇게 썼다. “효과가 있고 차별적인 변화를 막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승인을 폐지하는 것은 비에 젖지 않았다고 폭풍우 속에서 우산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99쪽에서의 긴즈버그의 구절을 읽고는 우산을 버리는 비유가 너무 정확해서 화가났다. 어쩌면 아직도 차 "차별이 없어졌으니 법도 필요 없다"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건지. 투표권법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차별이 줄어든 것인데, 이제 법이 없어져도 된다고 하는 바보들이 어딨냐고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를 화가나게도 하고 정치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도 화가 나기도 했던 독서였다.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고 또 한 명의 대통령이 탄핵되는 이 시국에서 작년에 읽었던 이 책이 다시금 떠올라서 리뷰를 훑으니 재독을 하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