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선택하라 - 크로스미디어 저널리스트 민본의 리더십
민경중 지음 / 샘솟는기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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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선택하라 - 민경중


  JTBC 손석희 사장의 강력추천 책입니다. 손석희 사장이 라디오를 13년동안 해오면서 대부분을 CBS의 민경중 국장과 경쟁하며 보냈습니다. 제갈공명과 사마의, 두 사람이 적장이지만 서로를 존경하였듯 손석희 사장도 라이벌이지만 민경중 국장을 인정해줬습니다.

  저자는 기독교 방송의 국장이면서, <노컷뉴스>를 기획하고, <김현정의 뉴스쇼>를 만들었으며,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11번이나 수상하는 신기록을 새웠습니다. 저도 CBS가 기독교 방송인 것은 모릅니다. 그러나 <노컷뉴스>는 재미있고 감명깊게 봤습니다.

  제목은 다르게 선택하라는 내용이지만 이 책도 리더십을 행동으로 보여준 자기계발서네요. 보통의 리더십 책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로 유명한 누구누구가 있다. 정도를 얘기한다면 저자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음을 보여줍니다. 오죽하면 남이 보기에도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고, 그 자리에 앉을만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까요? 민경중 국장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죠.

  그가 실행하는 리더십은 이렇습니다. 일단 주인의식으로 요약됩니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합니다. 이 말이 요즘 언어로 간단히 말하면 주인의식이죠. 취직이 어려운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달갑지 않은 말이지요. 적은 월급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거든요. ‘배가 가라앉을 때, 누군가 물을 퍼내야 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과 배가 가라앉을 때, 나보고 물을 퍼내라구요? 고작 이 정도 월급과 대우로?’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성공할는지 뻔합니다. 물론 사람을 마구 부려먹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사장들도 있으니 조심해야죠.

  ‘열린 사고를 가졌습니다. 기독교 방송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기독교 시트콤을 만들 생각을 합니다. ‘교회와 목사님들을 희화화시키면서 웃음의 대상으로 떨어뜨리면 어쩌나하는 생각보다 크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새로운 IT 기계가 나오면 무엇이든지 섭렵하는 얼리어답터. 언론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보통신에서도 가장 앞서나가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어느 환경이든 일하기에 최상의 상태인 경우는 없죠. 늘 무언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취재할 출입처 기자단에는 등록조차 안 된 수습기자 시절에도 저자는 위축되지 않고, 동대문 경찰서, 보건복지부를 시작으로 자신을 알립니다. 취재를 못할 상황이라고 투덜거리지 않죠.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도 제주도에 좌천되었을 당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세상을 원망하고 낙심해서 살겠죠. 그때 제주순례길을 만듭니다.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 사람들의 관심사를 잘 파악합니다. 제주도로 귀양보내버리면 좀 잠잠해지겠지 생각했으나 더욱 열정적으로 활동을 했죠.

  반성하며 살아갑니다. 스스로 아끼는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경험을 해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소위 흥미 저널리즘을 비판합니다. 여행을 권하는 이유도 새로운 경험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인간을 겸허하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언론계의 개척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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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를 위한 체크리스트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현지 옮김, 이충섭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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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를 위한 체크리스트 - 사이토 다카시

 

서른다섯 살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어서 이런 제목의 책까지 나올까요. 예전에는 평균 수명 70세 정도였으니 인생의 반환점 정도의 의미였지요. 지금은 100세 수명 시대이니 인생의 1/3 지점, 제가 좋아하는 야구로 생각하면 3회가 끝나고 4회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35세를 위한 체크리스트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10대는 공부에 열중하며 반항하는 세대, 20대는 꿈과 열정으로 좌충우돌하는 세대, 30대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병 세대, 40대는 노련미와 체력이 이상적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완숙한 세대, 50대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세대.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 많고, 50대 이후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50대도 40대와 비슷한 시기라 하겠습니다.

30대 이전에는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실수해도 어느 정도 이해됩니다. 40대 이후에는 그 동안의 경험이 쌓여서 결과를 보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35세는 열정결과로 전환하는 준비시기에 해당합니다. 40대가 되었지만 20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결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곱게 봐주지 않겠죠.

35세에는 크게 세 가지를 염두해야 합니다. 가족, , 체력. 가족은 결혼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언제 할지, 아이는 몇 명을 낳을지, 육아에 투자할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이죠. 모두 중요한 내용들이네요. 일에 있어서는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정진할지, 가정과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돈과 명예 등의 성공만 좇아서는 안 되니까요. 이 둘 모두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해야 합니다. 그러나 건강하기만 하고 다른 능력이 없다면 이는 건강을 낭비했다고 말해도 되겠죠?

20대에는 대부분의 시도가 처음입니다. 어떤 도전을 할 때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 능력이 있는지 모르죠. 이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끝장을 볼 기세로 임해야 합니다. 젊음이라는 큰 무기가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35세의 도전은 다릅니다.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기가 아니죠. 철저하고 냉정한 계산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가게를 열거나 자격증을 따는 정도가 도전의 정점이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작은 행동과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죠. 인사 잘하기,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기, 비즈니스 체력을 높이기, 습관을 통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책값을 아끼지 않고 자기계발에 투자하기 등입니다.

제가 현재 만으로 서른다섯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일생의 전환기에 어떤 점을 체크하고 넘어가야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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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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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 한혜경

 

50세에 정년퇴임을 하면 나머지 50년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은퇴에 대한 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집니다. 이런 현상이 당연합니다. 과거에는 20대에 돈을 벌기 시작해서 30~40년 돈을 모으고, 10년 정도를 은퇴하고 살면 되었죠. 자녀들도 많아서 부모님들을 봉양해주니 별 부담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죠. 30대에 돈을 벌기 시작해서 20~30년 돈을 모으고, 50년 정도를 수입 없이 살아야 합니다.

저자는 <한혜경의 100세 시대>라는 칼럼으로 유명한 분이죠. 은퇴자를 조사하고 분석했고,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노후라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노후준비라고 하면 30대를 겨냥하는 말이기도 하고, 은퇴 직전의 50대를 겨냥하는 말이기도 하죠. 물론 가장 와닿는 연령층은 70대 이후, 몸과 마음이 사회적 약자층에 속하게 되는 노인층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70대 이후의 노인층에 초점을 맞춘 책이에요.

노인 문제를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노인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요즘, 더 문제는 고독생입니다. 아들, 딸이 있지만 혼자서 쓸쓸히 살아가는 분들이 많죠. 둘째,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갑자기 늘어난 부부간의 공동 시간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셋째, 노인에 대한 자녀들의 경제적 학대가 늘고 있습니다. 자녀가 부모 등골을 빼먹는다죠? 결혼하면서 집 사달라, 좀 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며 돈을 요구합니다. 명절 때마다 찾아와서 유산 내놓으라고 협박도 서슴지 않습니다. 넷째, 노인을 돌보는 사람도 결국 몸이 아픈 노인입니다. 현재는 배우자끼리, 미래에는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러한 노노간병은 문제가 됩니다. 다섯째, 경제적으로 돈이 부족합니다. 퇴직 후 가지는 직장은 전 직장 급여의 30% 정도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보다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하고 공포에 떨며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에요. 해외의 어르신들은 좀 다르네요. 저자가 영국에서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90세가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손을 벌벌 떨면서 저자 앞에 멈추더랍니다. 뭘 도와달라고 말씀하시려나 생각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가요?”라고 물었답니다. 정신적으로는 청춘이네요.

이 책에 있는 사례들이 너무 끔찍하고, 극단적이지 않나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광역시 중에서 노인 비율이 아주 높은 곳이에요. 노인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이런 극단적인 예들이 여기에서는 가끔 보입니다. 점차 확대되고 흔한 소식이 될까 걱정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주변과 교류해야 합니다. 가족 관계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일하면서 휴식하고, 재충전하며 자기계발해야 합니다. 혼자 사는 기술을 익히면서 이웃과 가까이 지내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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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서빙 이효찬 세상을 서빙하다
이효찬 지음 / 살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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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서빙하다 - 이효찬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 사람이 주군이던 오다 노부나가의 짚신을 따뜻하게 하려고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보셨죠. 조각나 있던 일본을 통일하고, 우리나라를 침략한 전과까지 있어서 더 많이 알려진 이름입니다. 어떻게 짚신 담당에서 일본 최고의 실력자가 되었을까요? 짚신 담당처럼 하찮은 일을 하찮게 하는 사람은 계속 하찮은 일만 하게 됩니다. 반대로 하찮은 일을 정말 잘 해내는 사람은 오히려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죠. 복사나 커피 타는 일을 너무 잘 하면 계속 그 일만 하게 되고 다른 큰 업무를 못하게 될까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서빙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이 그 사람을 서빙만 하게 놔둘까요? 서빙은 그리 비중이 높은 일이 아니죠. 그러나 티비에서 노하우를 알고 싶다며 부르고, 삼성전자에서 강연을 해달라고 부르고,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고 싶다고 부릅니다. 저자는 6개월 동안 서빙 스타로 알려지게 되자 직장에서 아파트 한 채, 고액 연봉, 1,000만 원 상당의 피트니스 회원권 등을 받고, 대기업 스카우트 제안도 받습니다. 아직도 열심히 일하면 호구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봐야 사장의 노예일 뿐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생각이 드나요?

저자는 실패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경험은 힘이죠. 가수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지인들과 음악을 만듭니다. 기획사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오디션도 보지 않습니다. 나름 계획도 있고, 방송작가, 조연출, 작곡가 등으로 지인들의 힘도 막강했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녹록치 않습니다. 말만 요란한 청춘들에게는 100개의 기업 중 단 한 곳도 기회조차 주지 않았죠.

이런 실패가 딱해 보이나요?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저자가 서빙에 올인하는 열정을 못 가졌겠죠. 가수가 되려고 발버둥쳤던 그런 경험들이 스스로에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런 자산이죠. 배달을 하더라도 다르게 하고 싶었답니다. 배달을 올라가면서 우편물을 가져가고 돈을 받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비워준다는 발상. 이미 성공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우후죽순 나오는 많은 가수들 사이에서 뭔가 달라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으니 저런 생각도 했겠죠. 물론 실패 없이 저런 생각을 한다면 더 좋아요.

면접관이 지금까지 큰 실패 없이 성공만 경험했다구요?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다는 말이네요라는 말을 했다 칩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인사 담당자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저딴 회사는 안 간다”, “독설을 퍼붓기만 하면 압박면접인줄 아느냐?”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겠죠. 저자는 다릅니다. 이런 말에서도 깨달음을 얻습니다.

서빙만 잘하고 다른 일은 하나도 못하는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서빙은 잘 하는데 매니저를 시켜봤더니 아직 사람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고, 숫자 개념도 없고, 마케팅도 못 한다면 매니저로서는 모자라죠. 그러나 서빙을 기막히게 잘한다면 모자란 매니저라도 성장하기를 기다려줍니다. 작은 일처럼 보이는 서빙을 못 한다면 매니저로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죠.

어린 저자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에는 서빙으로 강의까지 하다니 어느 정도란 말이지?’ 궁금했습니다. 지금은 족발집 사장이 되었으니 한 단계 더 성장했네요. 만약 이런 사람이 돈이 모자라서 족발집을 열 수 없다면? 아마 너도 나도 도와주겠다며 돈을 빌려줬겠죠. 사회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성실하기까지 한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으니까요.

공부를 할 때 나름 열심히 했는데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10시간 공부할 때 나는 11시간 하지 않으면 열심히 한 게 아니죠. 9시간 공부해본들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남들보다 1시간이나 덜 했을 뿐. 9시간이나 투자했지만 성공에서는 점점 멀어져갑니다.

http://blog.cyworld.com/chan10000/9761226 저자가 블로그에 쓴 글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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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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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소한 구원 - 라종일·김현진

 

75세의 남자를 남자친구라 부르는 34세 여자, 34세의 여자에게 다른 일을 젖혀두고 먼저 편지를 써주는 75세의 남자.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복잡, 미묘합니다. 상위 1%의 지식인, 정치학 박사, 6개 국어를 하며, 정치권의 실세였으며, 우석대학교 전총장, 한양대 교수인 라종일. 작가,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진행자인 김현진. 나이 차이도 크지만, 사고방식은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라종일은 차가운 현실주의자이고, 김현진은 열정적인 이상주의자네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책이 나왔습니다.

김현진이 쓴 그래도 언니가 간다를 읽어본 라종일이 김현진을 대학교 강연에 초청합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이 인연이 됩니다. 그리고 김현진 고민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편지를 쓰면 라종일이 답글을 씁니다. 32통의 편지를 묶어서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제목의 책이 됩니다. 구원이라는 말은 이해가 가는데 사소한이라는 뜻이 뭘까 생각을 좀 해봅니다. 역설적인 제목이네요.

일단 김현진이라고 하는 사람은 대단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합니다. 십대에 이미 책을 출판했고, 지금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니 미인이에요. 그런데 마음은 조금 불안한 상태에 있습니다. 라종일과 주고받은 편지 곳곳에 그러한 불안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스스로도 불행한 가정사,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사고사, 실직 등이 겹치면서 힘들었다 합니다. 죽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알코올 의존증이 문제가 될 정도라고 말합니다. 라종일을 대한민국 상위 1%라고 말하는데, 김현진이라는 사람도 상위 10% 안에는 들어갈 사람이네요. 엄친딸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을텐데 스스로는 아쉬움이 많은 굴곡진 삶인가봐요.

책의 내용은 멘토에게 구원에 가까운 조언을 구하는 편지에요. 당연히 자신을 낮추고 폄하하는 듯한 글이 나오게 됩니다. “내가 잘났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형식의 글이 나올 수는 없죠. 그렇다고 해도 저자는 청춘이 가진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라종일이 위로를 합니다. 위로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직설적으로 꾸짖는 대목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줄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70대 중반의 차분한 노교수의 답변과 제가 내리는 답변은 수준 차이가 크네요. 그 동안 쌓아온 경험, 읽어온 책, 뛰어넘은 역경 등이 확실히 차이납니다. 신자유시대에서 또 한 명의 노예를 낳느니 혼자 살겠다는 삼포세대를 설득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세속적 기준으로 성공하지 못한다해서 아이를 안 가지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거죠. 아이는 정말 그 자체로 축복이고 행복이니까요.

빈부격차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나요? 미국은 더 심하죠.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74%는 성공 요인으로 본인의 능력보다 외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말이겠죠. 그런데 빈부격차가 더 큰 미국도 40% 정도만이 외적 요인을 중시합니다. 혹시 우리가 너무 외부 환경을 핑계 삼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책의 내용처럼 외부 환경이라는 놈은 언제나 우리를 주저앉히고, 낙담하게 만드니까요.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보니 멋집니다. 지적이고 솔직하며 담백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읽은 책이 많고, 아는 상식이 풍부하며, 사회에 관심이 많을까요? 조언을 구하는 멘티의 모습과 상대방의 상태(지적 수준, 마음의 평화)를 꿰뚫어보고 적절한 한 마디를 날려주는 멘토의 모습이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좋은 말만 해주거나 독설만 퍼붓는다고 멘토가 아니죠. 멘토와 멘티, 청춘과 어르신 누가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 폭력을 동반한 이별, 가장 사랑했던 친구의 사고사, 실직.

 

-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당신이 그 고통들을 글로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낫게 될 것이다.

 

- 세상에 무서운 일은 없고, 우스운 일뿐이다.

 

- 처용 이야기. 서양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셀로 이야기. 신통치 않은 악당이 쳐놓은 신통지 않은 함정에 빠져 엄청난 비극을 일으킨다.

 

- 우리는 누구이건 인생의 끝에 가서가 아니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 행복에 대한 집착이, 그 참기 힘든 가벼운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

 

-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들은 자기의 바람을 부정하는 세상을 부정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파괴한다.

 

- 삶이 행복보다 더 위대하다. 버나드 쇼의 희곡 캔디다

 

- 세상에 쫓아다니면 안 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 이성, 미디어. 이 세 가지는 그것들이 자기를 쫓아다니도록 해야지 자기가 쫓아다니면 결코 잡을 수 없다.

 

- 이 세상에서 자기가 인정하지 않는 한 열등감은 없다. 엘리너 루스벨트

 

- 자신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일은 없습니까?

 

- 어떤 문제이건 그것이 발생한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할리우드식 엉터리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데이트를 하려면 멋진 곳에 가야하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 당신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당신의 식욕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고양이가 쥐를 사랑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환경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은 항상 우리를 위압하고 주저앉히려 합니다.

 

- 어느 세대나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 저는 귀한 지혜는커녕 일신의 처신도 제대로 가늠 못하고 늘 혼란과 방황을 겪는 사람입니다.

 

- 마르크스도 자기 딸에게 구혼하는 청년에게는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지 엄하게 따져 물었다.

 

- 개신교의 고지론’ : 한마디로 고지에 서야 한다. 사장이 전도할 때와 청소부가 전도할 때 어디가 더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것. 그래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출세해서 세상에 아주 많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 우리나라의 앞날은 십 년 후 필리핀처럼 될 것이다. 자기계발로 역량을 높여 위로 올라가려는 시대는 지금이 마지막이고, 결국 계급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예상.

 

- 교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히려 이민족의 식민 통치나 전쟁 같은 어려운 시기였고,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상황에서는 반대로 부정적인 면을 노출.

 

-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

 

- 알코올 의존증 치료까지 받았다.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봤더니 또 기독교가 나왔다.

 

- 간혹 글을 잘 쓴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저는 누가 발가벗은 저에게 너는 마녀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여겨져요.

 

-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상처에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 뭉크의 작품들을 보면 감동이 된다. 훌륭한 예술성보다 자신의 불행을 그런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간의 훌륭함 때문.

 

- 한국인들의 74%는 성공 요인으로 본인의 능력보다 외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본다. 75%라고 답한 터키에 이어 끝에서 둘째. 빈부격차가 큰 미국도 40%, 일본 51%, 중국 58%.

 

-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는 더 나으리라는 답이 52%.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치.

 

- 빈부격차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재 거의 모든 나라들의 공통적인 문제. 저의 세대 역시 취업 문제가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 개인의 사적인 불행에 관해서도 사회가 혹은 그가 속한 공동체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사람이 당해야 했던 문제들에 앞서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문제를 생각한다.

 

-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무슨 야심을 포기한다고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라던 것을 포기해버리면 평범하고 안락한 생활이 이뤄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 신자유주의도 끝까지 가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 잠수함 속의 토끼 : 토끼는 산소에 예민해서 승무원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기 대여섯 시간 전에 토끼가 죽는다.

 

-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돌볼 수 있는 능력에 비해 인구가 너무 빨리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환경일지라도 그 정의에는 항상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 이야기된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다.

 

- 겸손한 것은 두 번 칭찬받으려 하는 것이나 같다.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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