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품격 - 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
최서윤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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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품격. 최서윤

 

이 세상의 프로불편러에 대한 글이네요.

 

저는 스타벅스 종이컵 들고 다닌다고 여성을 된장녀라고 부르는 남자를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김치녀라고 부르는 남자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본적도 없고요. 물론 인터넷에서는 봤죠. 상대 언어를 차용해서 강하게 응수하면 메갈이라고 하는데 저는 메갈리아 사이트를 가본적도 없습니다. 다만 일베는 가봤죠. 일베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일베에서 했던 세월호 폭식 투쟁시기에 일베를 들러보고는 아주 놀랐죠. 만약 저자가 거기 말을 차용한다면 아주 강한 응수가 되겠네요. 비슷한 식으로 응수를 하는 곳이 메갈리아라면 저는 틀림없이 거기도 적응을 못합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잘 알겠습니다. 개인 노오력만 강조하는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북한에 태어났다면 개인 노오력 해봐야 무슨 큰 소용이 있겠습니까? 생각을 확장해보면 병자호란 시대에 천민으로 태어났거나, 조선말 동학농민군의 아들로 태어났거나, 일제 강점기에 가난한 아들로 태어났으면? 분명히 노력은 그 시대가 지니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시대의 한계에 할 수 있는 노력은 두 가지죠. 순응형 장영실 vs 투쟁형 전봉준. 장영실은 노비의 신분으로 열심히 살아서 정3품까지 올랐습니다. 전봉준은 이딴 식으로는 못살겠다. 내가 진정한 프로불편러다를 외치며 봉기했습니다. 저자는 전봉준식 노력에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저도 전봉준식 투쟁형 노력을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두가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지 뭐라고 할 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죠. 그들이 세상을 밝게 바꿨습니다.

 

그러나 장영실과 같은 순응형 부류도 옳다고 봅니다. 자기가 가진 노력으로 그 사회의 온갖 부조리함을 헤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런 그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라고 얘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강남역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사건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직 그정도 사회밖에 안 된다는 점도 충분히 분노할만 합니다. 그러나 치안은 세계 최고급 대한민국 아닌가요? 저도 순응형 인간이라 그런지 아내나 아들, 딸에게 그러니까 너도 일찍 다녀라고 말할 듯합니다. 선창 1호 낚싯배 사고에 남편들이 낚시를 못 가게 하는 순응형 아내들도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요.

 

책의 제목처럼 불만에도 품격이 있습니다. 다만 자기 문제나 불만거리는 커보이잖아요. 입장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이 세상의 대다수 불만러들이 자신의 불만에만 품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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