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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을 산다는 것. 김혜남
저자는 마흔세 살에 파킨슨 병에 걸린 정신과 의사에요. 파킨슨 병은 15~20년이 지나면 사망하거나 치매, 낙상, 지력 감퇴 등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병입니다. 무섭죠. 중풍은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는 병이에요. 내가 손을 쓰고 싶고 걷고 싶은데, 정신은 너무나 멀쩡한데,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이런 저자에게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구원의 손길>이라는 장에서 그 심경을 밝혔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긍정적으로 잘 사는 듯 보이죠. 그러나 의사이기에, 누구보다도 이 병을 잘 알기에 오히려 더 괴롭습니다. 절벽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잠이 들 때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답니다. 소변을 보고 싶은데 화장실까지 걸어갈 수가 없어서 옷에 소변을 보는 상황.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참 괴롭겠죠. 죽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저자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삽니다. 카톡이나 문자보다는 인간적인 냄새를 더 그리워하죠. 그래서 단순한 문자보다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려서 소통합니다. 이 그림은 시간이 꽤나 걸리네요. 5분에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그림도 있고요. 처음에는 이런 그림이 유치했지만 점차 내면을 바라보게 해주는 편지가 됩니다.
<기도>에서 저자의 마음을 다시 읽을 수 있습니다. 17년째 병과 싸우면서 얼마나 몸과 마음이 약해졌을까요. 그때 매일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게 해달라고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마음만으로 다짐할 수도 있고, 글만으로 써둘 수도 있죠. 거기에 그림까지 추가했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경건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뒷모습이죠. 자기 생각을 다잡으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한번도 만난적 없는 분이지만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장면이네요.
<한 발짝>에서 “그러고 어떻게 사느냐?” 묻는 주변 사람들을 만납니다. 어떻게 보면 위로의 말이기도, 어떻게 보면 아주 무뢰한 말이죠. 저자는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되묻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요. 이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저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느리게 살기’라는 트렌드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 되었습니다. 저자처럼 강제로 느리게 살아가는 삶도 있네요. 내가 만약 이런 불치병에 걸린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 고민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