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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6살 아들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이후 성장했다는 사실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여행은 장점이 많죠. 저도 밤에 눈밭을 1시간이나 걸어가서 겨우 숙도에 도착하는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죠. 눈밭에 브레이크가 밀리는 트럭에 휩쓸릴뻔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 나쁜 기억들도 여행이니 재미로 느껴지네요.
저자는 ‘여행이 일상을 벗어난 아주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일상의 연장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닙니다. 사회생활을 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통장 잔고가 늘지 않는답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여행을 즐기는 신여성이네요. 욜로족이죠.
저도 부모님과 여행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막연히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 추억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네요. 비싼 돈을 들여서 최고급 오션뷰 방을 얻었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파도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합니다. 전 가족이 피곤한 여행을 하게 되죠. 나한테 좋다고 남에게도 좋지만은 않아요.
부모님과의 여행은 경비가 늘어나기 쉽습니다. 혹시나 마지막 여행일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죠. 자식이 이런 비장한 마음이면 육체적, 경제적으로 무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모처럼 진지한 얘기를 하려고 하죠. 술기운에 여과되지 않은 멘트가 마음에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지인들에게 하는 자랑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긴 젊은 사람들도 SNS 좋아요 수로 여행이 마무리되는 시대인데요. 저도 부모님과 여행을 떠날 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욕심을 버리고 여행 계획을 짜야겠습니다.
여행이 뭐가 좋으냐면 ‘낯설다’는 점이죠. 그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내가 건강해지고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저도 ‘일상에서 다르다는 일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 그 자체가 여행이 아니겠느냐’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분리가 정신적 분리를 쉽게 만들어주기는 합니다. 반대로 물리적 분리가 생기더라도 정신적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죠. 거기서도 한국에서 하던 그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면 모처럼 떠난 여행의 의미가 반감됩니다.
부모님과의 여행 설명이 이렇게 자세한 책은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면 결국 생각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거기에 주목해서 읽는다면 건질 내용이 더 많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