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 속으로 - 꿈을 향해 살기로 하다
제이크 듀시 지음, 하창수 옮김 / 연금술사 / 2017년 5월
평점 :
바람 속으로. 제이크 듀시
보통의 스무 살 청년은 뭘 하고 지낼까요?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스무 살 청년은 제 2의 사춘기를 보내더라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12년 동안 공부만 해오다가(물론 딴짓도 많이 하죠. 공부만 해야한다고 강요받다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쩔줄 몰랐죠. 술에,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 간혹 현실감이 투철한 청년들은 20살이 되자마자 스펙 쌓기를 시작합니다. 이 둘다 옳은 삶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저자는 다르게 살았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들 가슴이 이끄는 열망에 따라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답습니다. 훌쩍 여행을 떠나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자기를 찾는 여행에 여행사 투어 페키지는 어울리지 않죠. 제이크 듀시도 일반인들이 잘 가지 않는 관광지를 돌아다닙니다. 거기서도 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삶을 엿봅니다. 하루는 거기서 사귄 친구가 하는 일을 돕습니다. 그런데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었죠. 자기도 모르게 “하루 종일 여기서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겠어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자 새로 사귄 그 친구가 “그게 인생이지. 우린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어.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고. 돈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답했습니다. 이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삶은 음과 양의 균형을 맞춰야 하죠. 그러니 우리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다른 쪽의 삶을 바라보는 일도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저자는 반쯤은 시인입니다. 하루에 적어도 다섯 편의 시를 쓰겠다는 목표까지 세우고 여행을 했네요. 그래서인지 독특하면서, 약간은 오글거리는 대화나 표현들이 많습니다. “당신 영혼의 창으로 비쳐나오는 빛이 제 눈에도 보이네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쓰다니 역시 미국인이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도 편견이죠.
저자가 수도원에서 2주 동안 명상을 하는 장면은 인상 깊습니다. 서양인 입장에서 쌀만 먹어야하다니 쉽지 않았겠네요. 말도 해서는 안 되고, 책을 읽어서도, 글을 써도 안 되는 2주. 오로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겠죠. 저도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필요해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음식을 탐해왔다. 이 생각이 저도 좀 들었거든요.
이런 넓은 세상을 보고 온 20대 초반의 주인공, 아주 자유분방하겠죠? 꼰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스스로 저녁 7시 55분에 음주운전으로 죽을뻔 하기도 했고, 마리화나도 피우는 저자거든요. 우리가 보기에는 머리가 치렁치렁한 사회부적응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자유로운 영혼의 그도 다른 나라에서는 꼰대짓?을 합니다. 바로 필로폰을 주사하는 친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죠. 담배도 피우지 않는 저는 마리화나와 필로폰의 차이도 잘 모릅니다. 제 입장에서는 마리화나든 필로폰이든 둘 다 피우지 말라며 꼰대짓을 했겠네요. 그러나 세상은 넓습니다. 마리화나는 되지만 필로폰은 안 되는 세상이 또 있죠.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점은 재밌습니다. 꼭 필요하기도 하고요. 물론 그 세상을 알기 위해 꼭 오지를 여행해야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FQ1nCobL4Q TED 강의를 하는 저자의 모습입니다. 맨발로 강의하는 모습이 저자답네요. 약간은 스티브 잡스같은 괴짜의 향기도 좀 풍깁니다. 주변에 아등바등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청년이 있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