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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언격 - 현대사를 바꾼 마오의 88가지 언어 전략
후쑹타오 지음, 조성환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5월
평점 :
정치가의 언격. 후쑹타오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 대통령을 앉혔죠. 그 과정을 겪으며 ‘대통령이나 리더는 말 한 마디가 중요하고, 소통을 잘해야 하는구나’를 배웠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언격이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마오쩌둥이 사용했던 말을 탐구하고 어떻게 그 말이 생겨났는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알아보는 책입니다. 마오쩌둥은 민간에서 사용하던 말을 잘 활용했습니다. 그 말에는 중국인들이 가진 문화가 무의식에 숨어있거든요. 비트겐슈타인이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했잖아요? 마오쩌둥은 중국을 이끄는 리더로서 언어를 확장시켜 중국인의 사고를 넓혀줬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묶음으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 세력 형성기, 두 번째 목표 확립기, 세 번째 권위 강화기, 네 번째 수성기. 어느 나라나 기업이든 이 과정을 겪습니다. 우리가 국가 지도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죠.
마오쩌둥의 대장정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30만 명의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피해 10만 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도망갔습니다. 같이 피난길에 올랐던 동료가 9할이 죽거나 포로로 잡혔습니다. 소구에 도착한 병력은 고작 8천 명 뿐입니다. 이런 절대 절명의 순간에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언격을 갖추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합니다. 절치부심한 마오쩌둥은 이후 10년 만에 국민당을 몰아냅니다.
마오쩌둥은 농민 출신이죠. 어릴 때 소똥을 짊어지고 농촌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언어가 구수합니다. 세련된 언어는 아니지만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었습니다. 부하들을 향해 말할 때는 잔인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일부 동지들에게 죄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조롱하듯 말하여 일부 동지들에게 아픔을 준다. 그들이 잘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틀 동안 잠을 못 이루게 할 정도라니 요즘 말하는 서번트 리더십과는 천지차이네요.
저자는 마오쩌둥을 아주 존경하나봅니다. 책의 곳곳에 그런 뉘앙스가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약간 낯간지러운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G2의 위상까지 중국을 끌어올린 마오쩌둥의 공로는 인정할만 합니다. 그 초석을 다졌으니까요. 제가 중국인이 아니라 그런지 여기에 나오는 말이 심금을 울리지는 못했습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