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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일탈 - 사실은, 출근하지 말고 떠났어야 했다
남규현 지음 / 홍익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청춘일탈. 남규현
“세상은 한 권의 책이며,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죠.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사람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행을 다니면서 삶이라는 책을 두루두루 읽어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미국 샬롯이라는 도시에서 일하던 저자도 주말 업무는 자주 있는 일인가봐요. 사진 촬영과 영상 촬영 둘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행이 직장도 그런 직장이었고요. 그러나 그 직장에 크게 만족하지는 않았나봐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직장생활에 불만이 없지는 않거든요. ‘사실은, 출근하지 말고 떠났어야 했다’라고 말하며 50일간의 미국 여행을 시작합니다.
미국이 넓기는 넓어요. 혼자서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보통 모험이 아닙니다. 출발 4일이 되어서야 겨우 첫 목적지 빅 벤드 국립공원에 도착할 정도니까요. 50일 여행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니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죠. 아주 많은 시간을 운전에 투자하고, 잠도 차에서 자야할 경우가 많습니다. 넓은 땅이니 아름다운 자연 속에 뛰어들면 통신사 시그널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자가 로키산 절경을 즐기다가 산에서 길을 잃었다는데 섬짓합니다. 제 친구가 그런식으로 길을 잃어서 결국 사망했거든요. 아무리 여행이 새로운 경험을 온몸으로 느끼는 일이라고 하지만 안전보다 중요한 사안은 없습니다.
우연히 산에서 프로포즈를 하는 커플을 발견합니다. 그 순간을 촬영 해주죠. 이 인연으로 그들의 결혼식까지 촬영해주기로 합니다. 여행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20달러로 도박을 하고 1000% 수익률도 올립니다. 그 순간 도박 의자에서 딱 일어섰네요. 여행을 떠났으니 그런 자리에도 앉아봤겠죠. 여행이 주는 의외성이 참 많습니다.
저자의 사진이 참 예쁩니다. 사진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에요. 그래서 전문가인 저자의 장비에 눈이 갑니다. 캐논 5D mark III, Gopro 4, Sony A7S, DJI 팬텀 3, 렌즈 캐논 16-35 f4, 24-70 f2.8, 50 f1.2, 70-200 f2.8. 두 대의 DSLR과 액션캠, 헬리캠까지 지니고 다녔네요. 사진을 찍고 매일 밤 컴퓨터로 정리하기도 보통 일이 아니었겠습니다. 거기에 사진 촬영에 걸리는 시간 1.5배 정도를 후보정에 투자한다네요. 순간을 담는 사진을 위해 인내가 필요합니다. 캐논과 소니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사실이 특이합니다. 둘은 렌즈 교환도 자유롭지 않을텐데요. 추운 겨울에 팬텀3처럼 무거운 헬리캠을 들고 다닌다면 배터리도 금방 닳고 촬영도 험난했으리라는 추측이 됩니다. 사진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네요.
모든 여행은 돌아와야할 순간이 있습니다.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날 수 있죠. 일상이 지겨워 탈출을 꿈꾸지만 일상이 그리워져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국 여행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넓은 나라라서 망설여지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미혼, 자녀 없음, 이런 사람의 여행보다 아이 둘과 같이 떠나는 여행이 보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는 드물기도 하고 이 상황에서 읽어보는 책의 페이지는 또 다른 느낌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