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
김지은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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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김지은

 

왜 은퇴한 교사 부부가 제주도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교사라고 하면 일단 사회적으로 엘리트 계층이죠. 아무나 선생님이 되지는 못하니까요.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교양이 있는 분들입니다. 거기에 부부 교사라면 서로 가치관도 닮아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직연금이 나옵니다. 은퇴 후에 경제적인 문제로 걱정을 덜 해도 된다는 말이죠. 한마디로 교양 있는 사람이, 돈 걱정 없이, 은퇴 후에 자기 하고픈 일을 하며 지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 바로 제주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자는 서울 토박이인 방송 작가였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지만 주말이 없는 삶을 살죠. 스스로 방송 작가가 천직이라고 생각할만큼 재미도 있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라는 생각 후 홀로 제주도로 내려갑니다. 1년도 못 채우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주변의 우려를 기우로 만듭니다. 현재 제주 이민 4년차네요.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귀농을 했다가 후회를 하며 다시 도시로 돌아옵니다. 저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방송작가를 하지 않고도 먹고 살기 위해 스타벅스 알바를 배웠죠. 그러다가 제주도에서 스타벅스 알바도 쉽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여유있는 삶을 동경해서 제주도로 내려왔지, 헉헉거리며 고생스럽게 스타벅스 알바를 내려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제 인생에서 1년을 섬에서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섬의 특징을 들어보라면 이렇습니다. 택배비가 추가되고, 인터넷이 느리며, 사람이 많이 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섬은 시골이죠. 그러나 섬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역시 고립입니다. 밤에는 배가 끊기고, 파도가 높아도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죠. 섬에서 요리를 하다가 칼이 제 발가락 바로 옆에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배가 이미 끊어진 밤 9. ‘만약 내 발가락이 잘렸다면, 남은 내 삶은 발가락 9개로 꼼짝없이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저자가 서울 토박이기도 하고, 젊어서 그런지 제주 생활을 아주 낯설어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도시가스가 아닌 기름 보일러를 쓰는 장면이 있죠. 저도 기름 보일러를 썼고, 목욕 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기름집에 급히 전화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각종 벌레와 파충류를 만나서 놀랐다고 하네요. 지금 도시에서도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면 자주 마주치는 현실이죠.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다른 세상을 만나는 시간인 동시에 일상에서 보지 못한 삶의 단면을 관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외국이 아니어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 언제나 여행이 될 수 있다.

인생이라는 것이 더 많이 소유하는 경쟁을 하라고 주어진 시간일 리 없다.” 니체

이 두 구절 덕분에 이 책을 읽은 보람이 느껴집니다. 제주도에서 사는 사람은 제주도의 멋진 풍경이 여행으로 느껴질까요, 일상으로 느껴질까요. 저자는 언제나 여행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까요. 일상에서 떨어져 다른 세상을 만나고, 내 삶을 관조할 수 있으면 그게 여행이죠.

저자가 제주도에서 더 머무는 계기, 제주도에서 나오게 된 계기 등 터닝 포인트를 지나는 시점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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